[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일본 ‘노 잔업 데이’ 확산…일부 기업체, 수당 지급하며 ‘정시퇴근’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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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3 07:51  |  수정 2017-08-03 07:52  |  발행일 2017-08-0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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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현에 본사를 둔 광고대행사 마코세의 ‘노 잔업 데이’ 포스터. <출처: www.macos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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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훈<경북PRIDE상품 일본 해외시장 조사원·일본류츠케이자이대학 조교수>

SCSK·하루야마 적극적 추진
노잔업 수당, 초과근무보다 많아
직원 스스로 업무시간 안에 마쳐


한때 일본에서 회사원들을 ‘맹렬 샐러리맨’이라고 불렀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 회사, 가족,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라며 회사원들에게 자부심을 느끼도록 한 시절이 있었다. 기업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이고, 회사가 보내는 곳 어디에서나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뽑았다. 지금은 그런 맹렬 샐러리맨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단어조차 사어(死語)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 분야 기업들 사이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과거 도요타를 중심으로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처럼 생산성 향상만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잔업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확대되고 있는 것이 바로 ‘노 잔업 데이’다.

‘노 잔업 데이’란 글자 그대로 잔업을 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도록 일정시간이 되면 전체 소등을 한다든지, 강제로 건물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기업의 노력이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노 잔업 데이’를 추진하고 있을까?

일본 스미토모 상사의 정보 시스템 부문에서 독립하여 소프트웨어 벤처로 창업한 ‘SCSK’는 노잔업 데이를 활용한 기업 중에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SCSK는 직원의 평균 초과 근무 시간이 주 30시간을 넘어 이직하는 직원이 끊이지 않았다. 회사가 아무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급여를 보장해 주더라도, 직원들은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을 힘들어했다.

그러자 회사는 우수한 직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직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을 중요 목표로 내걸고 ‘노 잔업 데이’ 운동을 시작했다. 다만, 처음부터 노 잔업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직원들에게 또 다른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먼저 하루 평균 초과 근무 시간을 1시간으로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업무가 쌓여 더욱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로이 인력을 충원해 나가는 방식으로 인원을 늘려 나갔다.

경영자도 노 잔업 데이를 빨리 정착시키기 위해 스스로 사장실에서 나와 직원들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직원들의 의견과 상황을 파악한 후 노 잔업 데이를 추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1Best 운동’을 전개했다.

‘1Best 운동’은 ‘전화 1분 이내, 회의록 1매 이내, 회의 1시간 이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노 잔업 데이를 전사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실시를 원하는 부서별로 시작해, 추진부서에는 잔업을 줄인 만큼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노 잔업 데이를 지켜서 받는 상여금이 잔업을 해서 받는 초과 근무 수당보다 훨씬 더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 잔업을 추진하는 부서가 늘어났다.

일본 전역에 점포 500여개를 가지고 있는 신사복 업체인 ‘하루야마’는 잔업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노 잔업 수당’으로 일정액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 점포에서 종업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어떻게 정시 퇴근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각각의 아이디어로 최대한 업무시간 안에 일을 끝내려는 자구 노력이 이어졌다.

예를 들면 제품의 비닐봉지를 뜯고 정리하던 일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초 단위로 재며 보다 빠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객 응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포에 고객이 붐비는 시간과 한산한 시간대의 통계를 내어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이처럼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점포는 활기가 넘쳤고 가게를 찾는 고객들도 신속한 응대에 만족도가 높아지게 됐다.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원문은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홈페이지(www.prideitem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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