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반딧불이가 반기는 보석같은 계곡…힐링 휴가 적지, 영양 수하계곡

  • 배운철,홍석천
  • |
  • 입력 2017-08-04 07:34  |  수정 2017-08-04 07:34  |  발행일 2017-08-04 제10면
반딧불이생태공원 등 생태공간
2015년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
장수포천이 모래톱·자갈밭 형성
하늘소 등 곤충 수백여종 관찰돼
기암·반딧불이가 반기는 보석같은 계곡…힐링 휴가 적지, 영양 수하계곡
영양 수비면 반딧불이공원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수하계곡은 맑은 물, 공기,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최상의 피서지다. 수하계곡을 찾은 관광객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영양군 제공>

자신만 아는 장소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 이럴까. 영양 수하계곡을 찾아가는 여행은 새로운 만남의 연속이다. 수비면 소재지를 지나 장수포천을 따라 20여분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수하계곡. 반딧불이공원이라고 적힌 집채만 한 표지석을 만난다면 길을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수하계곡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신비의 계곡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찾는 이가 적어 피서철임에도 오히려 조용한 휴가를 보낼 수 있어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평생의 추억이 되는 밤하늘공원

수하계곡 입구에 있는 반딧불이생태공원에는 다양한 생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반딧불이생태학교와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30여년 전만 해도 200여명의 학생이 다녔던 수하분교는 세월이 흘러 반딧불이생태학교로 변신했다. 학교 건물은 전시관·체험관·사육실, 그리고 체험객을 위한 방갈로 등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건물 인근에는 나비·잠자리·반딧불이사육장, 야생식물원, 오수자연정화 연못, 야외 생태교육장, 생태연못, 잠자리공원, 수변식물관찰장, 수서곤충관찰장 등 습지 생태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수하계곡 일대는 2015년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천문대에서 바라다본 천체의 모습은 평생의 추억이 된다. 이곳은 최근 수년 사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가족 단위 피서객이 늘고 있다. 피서객은 낮에는 소나무숲과 계곡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밤엔 반딧불이천문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국제밤하늘공원의 별을 헤아린다.

◆기묘한 바위와 모래톱 어우러져

하지만 반딧불이생태공원은 수하계곡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보다 깊은 감칠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름이 익는 소리를 들으며 울진 방향으로 나가봐야 한다. 영양 내 대부분 하천은 반변천 지류를 따라 낙동강으로 흐른다. 유독 장수포천만이 북동쪽으로 길을 내 불영계곡을 거쳐 울진 왕피천과 합류한다.

오기리 개실곡 마을에서 발원한 장수포천은 수하계곡을 만들면서 물살 틈에 갖가지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심어놓고 여러 군데 모래톱과 자갈밭을 만들었다. 계곡 주변 절벽지대나 야산에는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왕피천 상류인 수하계곡 가는 길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계속 흐르고 있어 어느 곳에서나 계곡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북쪽의 울진 장수포천을 따라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울련산·금장산 등에둘러싸인 깊은 계곡인 수하계곡은 그 길이만 30여리에 달한다. 수하계곡은 일월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흐르는 우리나라 몇 안 되는 자연을 간직한 그런 곳이다. 수하계곡이 위치한 수비면 수하리는 행정구역상 경북이지만 강원남도로 불릴 만큼 계곡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다. 계곡 굽이굽이에 비경이 감춰져 있다. 지천에 반딧불이가 날고,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박혀 자연의 극치를 선사한다.

◆반딧불이·다슬기·은어가 반긴다

계곡에서 흘러내린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큰 삼각지를 이룬다. 흐르는 물소리는 인기척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비가 내린 뒤라 물살이 세고 물이 많이 불어났다. 깊은 산에 둘러싸인 계곡은 천혜의 피서지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다. 얕은 곳도 있지만 허벅지까지 잠겨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물살이 센 깊은 곳도 있다. 청소년수련원 앞 장수포천에는 노천 수영장이 있어 개구쟁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물가는 찌꺼기나 이끼로 더러울 법한데도 너무 깨끗하다. 어떠한 오염도 보이지 않는,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수하계곡에서는 해가 저물어갈 때 다슬기가 바위에 빼곡히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딧불이 유충이 다슬기를 먹고산다고 하니 이곳 반딧불이의 불빛이 더 신비스러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산에 빽빽이 들어선 나무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주니 공기가 깨끗하고 맑은 것도 당연하다.

산중 깊은 골에서 내려온 차고 맑은 물길을 좇아 왕피천에서 거슬러온 은어의 은빛 행진도 이 계절에 만날 수 있다. ‘찌르르~찌르르~’ 계곡은 벌써 이름 모를 풀벌레의 합창이 이어져 밤의 적막을 깨뜨린다.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물빛과 바위, 그 위를 펄쩍 뛰면서 올라오는 은빛 은어, 물살에 맞춰 춤추는 모래알.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게 없다.

◆수백여종 곤충이 사는 자연박물관

안동대 이종은 교수팀에 따르면 수하계곡에서는 애반딧불이·늦반딧불이·파파리·운문산반딧불이 등 4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하늘소 종류의 갑충류 1종을 비롯해 사슴벌레 등 수백여종의 곤충도 관찰됐다.

영양군 조사에서도 낮에는 초본성인 노란재류가 채집됐고, 밤엔 오색긴꼬리산누에나방·붉은뒷날개나방·사슴벌레·된장잠자리 등 61과 136종의 곤충류가 발견됐다. 참개구리·산개구리·무자치·누룩뱀 등 8과 13종에 이르는 양서·파충류와 꿩·멧비둘기·박새 등 7과 13종의 조류도 발견되는 등 계곡 전체가 자연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수하계곡이 숨겨온 마을이 하나 있다. 오무마을은 차가 다니는 길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입향시조는 배씨다. 300여년 전 난을 피해 찾았다. 지금은 15가구 주민이 마을 앞산인 독산을 중심으로 사이좋게 살고 있다. 독산은 이 마을 수호신이다. 독산에는 입향시조의 묘소가 있어 후손이 300여년을 내려 오면서 제사를 모신다.

영양=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배운철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