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오바마 前 美 대통령의 성장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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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7 07:51  |  수정 2017-08-07 07:51  |  발행일 2017-08-07 제18면
“부모는 아이들이 미래를 창조하도록 허락 하세요”
오바마 성장기, 극심한 정체성 갈등
母의 한결같은 믿음·응원으로 극복
자녀의 꿈·여유·호기심·모험 격려
비뚤어지지 않은 어른 되도록 도와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오바마 前 美 대통령의 성장과정
일러스트=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아파트 외벽 보수공사를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 작업자를 숨지게 한 황당하면서도 그 뒷얘기가 너무도 슬펐던 사건을 기억하시지요? 뉴스에선 윗집 소음으로 화난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어떤 억울한 죽음 이야기도 발 빠르게 전해줍니다. 며칠 전에는 어떤 청년이 급한 볼일을 방해하던 이중 주차된 차의 유리창을 마구잡이로 부수었다고도 하네요. 이 더위의 불쾌지수 때문인지, 사람들의 분노 조절 장애가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것인지, 분노가 무서운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비난, 경멸, 분노,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이 마치 장전된 총처럼 ‘어느 놈이든 하나 걸리기만 해 봐!’ 하고 있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면 사정없이 발사되는 것 같습니다.

퀴즈 하나!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둠. 두 살 때 부모 이혼함.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인 양부 밑에서 4년의 유년기 보냄.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인도네시아의 생활과 미국이면서도 미국이 아닌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 보냄.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얽혀 있던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 다른 형제들이 있음. 젊은 시절 극심한 정체성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마약까지 접함.

이 사람은 바로 자기 조율과 관계 조율의 달인이자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유명한 일화 하나! 이민개혁법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한 대학생이 끼어들어 소리를 지르며 연설을 방해하였습니다. “대통령님, 제발 국외추방을 멈추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해 주세요." 당황한 경호원이 대학생을 끌어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청년을 그대로 두세요. 저는 이 청년의 패기를 존중합니다”라며 경호원을 제지합니다. 그리고 찬찬히 설명합니다. “제가 행정을 하려 할 때 국회 입법절차 없이 제 맘대로 하면 좋겠지만 모든 건 법을 따라야 하고 그게 우리가 살아온 역사입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소리 지르는 것입니다. 법을 무시하면서요. 하지만 전 좀 어려운 길을 제안합니다. 민주적인 절차대로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 문제에 전념해온 여러분과 이 법이 통과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라면 어땠을까요. ‘만약 굉장히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중요한 연설을 해야 하고 이 연설이 끝난 후에 또 다른 중요한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면? 준비된 연설을 빨리 마쳐야 하는데 예정에도 없이 젊은 학생이 계속 끼어들어 방해한다면?’ 조급해지고 화가 날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경호원에게 끌어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연설 동영상 속 오바마는 다소 당황한 듯보입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경청) 그의 상황을 이해(공감)합니다.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절차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태도를 보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습니다. 자신의 연설을 방해하는 사람과도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태도는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것이지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장 과정은 누구보다도 많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마약까지 손을 댔을 정도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가졌다고 하지요. 그랬던 그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그는 스트레스를 Disorder(장애)가 아닌 Growth(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요?

카우아이 연구라고 들어보셨나요? 1950~70년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은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인 곳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소아과의사 등 많은 학자는 1955년 이 섬에서 출생한 신생아 833명이 18세가 될 때까지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이것이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하와이 카우아이 섬 종단 연구입니다. 40여 년간 이 연구 분석을 주도한 심리학자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833명 중에서도 특히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삶을 살폈더니 3분의 1인 72명은 출생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했던 것이죠. 놀라운 결과를 만든 비밀은 아주 단순했다지요.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무조건 믿어주고 편이 돼 주고 응원해 준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오바마는 그 사람을 자신의 어머니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는 얼마나 많을까요. 그것을 부정적으로 받아 분노를 폭발하며 사는 아이가 되는 것도, 성장의 계기로 삼는 아이가 되는 것도 다 부모나 교사인 우리들의 역할이라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의 무게감을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며칠 전 조벽 교수의 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의 내내 감동과 울림이 있었는데 마지막 말씀이 특히 인상 깊습니다. 아이들이 미래를 창조하도록 허락하세요.

“꿈을 허락하고/ 여유를 허락하고/ 호기심을 허락하고/ 모험을 허락하고/ 어른이 되기를 허락하고/ 미래를 허락하세요.”

신현숙<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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