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찾아주고 가정폭력 피해자 돕고…외국인들의 ‘키다리 아저씨’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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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7 07:51  |  수정 2017-08-07 07:51  |  발행일 2017-08-07 제29면
영천경찰서 정병기 경위
보증금 찾아주고 가정폭력 피해자 돕고…외국인들의 ‘키다리 아저씨’
정병기 경위(오른쪽)가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게 체류기간 연장 서류 작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애로사항을 겪을 때마다 자기 가족의 일처럼 나서 해결해 주는 경찰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영천경찰서 외사담당 정병기 경위는 지난달 31일 친구의 심부름을 위해 영천을 처음 찾은 한 스리랑카인에게 도움을 줬다. 서울에 거주하는 라히루씨는 불법체류로 체포돼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됐다가 본국으로 귀국 조치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영천을 찾았다.

친구의 여권 등 소지품을 찾아 택배로 부치려던 라히루씨는 영천에 내려오자마자 벽에 부닥쳤다. 지리도 모르고 택배 보내는 방법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무작정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사연을 접한 정 경위는 여권 등을 찾아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무사히 배송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라히루씨는 서툰 한국말로 “형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 경위는 앞서 지난 7월 초 출국을 이틀 앞둔 카자흐스탄 출신 드미트리씨(35)에게도 도움을 줬다. 드미트리씨는 임대보증금 120만원을 돌려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사정을 들은 정 경위는 아파트 임대인, 부동산중개인, 김해 기업은행 등 백방으로 전화해 임대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두 살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영천경찰서를 찾은 가정폭력 피해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딱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이 여성은 더욱이 체류기간 만료로 강제 출국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정 경위는 피해 여성이 영천에 거주할 당시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 기록을 일일이 찾아 ‘신고출동(가정폭력) 확인서’를 신속히 발급해 체류기간 연장에 도움을 주었다.

영천시에 등록된 외국인 수는 3천92명(2017년 1월1일 기준)이지만 정 경위 혼자 외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때론 심신이 지치기도 하지만 애로사항이 해결된 외국인의 환한 미소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정 경위는 “외국인들은 애로사항이 해결되고 나면 체류기간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생활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영천=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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