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기 경위(오른쪽)가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게 체류기간 연장 서류 작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애로사항을 겪을 때마다 자기 가족의 일처럼 나서 해결해 주는 경찰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영천경찰서 외사담당 정병기 경위는 지난달 31일 친구의 심부름을 위해 영천을 처음 찾은 한 스리랑카인에게 도움을 줬다. 서울에 거주하는 라히루씨는 불법체류로 체포돼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됐다가 본국으로 귀국 조치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영천을 찾았다.
친구의 여권 등 소지품을 찾아 택배로 부치려던 라히루씨는 영천에 내려오자마자 벽에 부닥쳤다. 지리도 모르고 택배 보내는 방법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무작정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사연을 접한 정 경위는 여권 등을 찾아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무사히 배송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라히루씨는 서툰 한국말로 “형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 경위는 앞서 지난 7월 초 출국을 이틀 앞둔 카자흐스탄 출신 드미트리씨(35)에게도 도움을 줬다. 드미트리씨는 임대보증금 120만원을 돌려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사정을 들은 정 경위는 아파트 임대인, 부동산중개인, 김해 기업은행 등 백방으로 전화해 임대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두 살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영천경찰서를 찾은 가정폭력 피해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딱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이 여성은 더욱이 체류기간 만료로 강제 출국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정 경위는 피해 여성이 영천에 거주할 당시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 기록을 일일이 찾아 ‘신고출동(가정폭력) 확인서’를 신속히 발급해 체류기간 연장에 도움을 주었다.
영천시에 등록된 외국인 수는 3천92명(2017년 1월1일 기준)이지만 정 경위 혼자 외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때론 심신이 지치기도 하지만 애로사항이 해결된 외국인의 환한 미소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정 경위는 “외국인들은 애로사항이 해결되고 나면 체류기간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생활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영천=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유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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