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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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8 08:02  |  수정 2017-08-08 08:02  |  발행일 2017-08-08 제25면
문민영 <예술공방 CUE 대표>
[문화산책] 예술교육의 힘
문민영 <예술공방 CUE 대표>

우연한 기회에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아이와 음악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피아노 앞에 앉는 것조차 힘들었던 아이가 의자에 앉는 것에만 6개월. 그 후 나와 눈이 마주치는 데 6개월. 그렇게 1년이 지나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을 때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1년 동안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수많은 곡을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음악을 통해 아주 조금씩이지만 변화하는 아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을 통해 예술교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다.

미국 법무부, 카네기 재단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술교육은 언어, 수리, IQ, 공간인지력, 관찰, 문제해결능력 등 전반적 학습능력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 예술교육을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엘 시스테마’다.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로,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엘 시스테마는 마약, 폭력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협동·이해·질서·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난과 폭력을 겪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LA 필하모닉 최연소 상임감독이 된 구스타보 두다멜은 “우리가 배운 것은 음악을 통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가정의 경제적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클래식 교육 현실을 비춰 볼 때 엘 시스테마가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경제적 조건이 교육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인교육,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한다 외치면서 현실은 예술교육을 축소하고 인지적 교과를 강화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갈 길이 멀다. 학부모 대부분도 그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예술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호기심, 학습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창조성과 사회성도 좋다. 유럽에서 예술교육이 다른 교과들과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예술은 정서를 표현하고 방출하는 건설적인 방법이며, 분노를 다스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예술교육이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고 문화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 길러준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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