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신북방정책으로 한반도 중심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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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8   |  발행일 2017-08-08 제31면   |  수정 2017-08-08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CEO 칼럼] 신북방정책으로 한반도 중심축이 되자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지난달 28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면서 미국의 대북 전략 태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주요 인사와 언론들이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극단적으로 김정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북 전략 기류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 외교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을 중국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며 “중국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된 후 주한미군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강대국 논리로 한반도 현안을 타개하려는 조짐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려했던 바와 같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당사국인 한국을 소외시킨 채 논의를 진행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리아 패싱’은 외교·안보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한국의 자주성을 침해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 못지않게 러시아(옛 소련), 독일, 스웨덴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2차 대전 후 옛 소련과 마주하고 있던 핀란드는 외교·안보면에서 굴종적인 ‘친소 중립’을 취하면서,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의존해 내정간섭 등 국가의 자주성을 심하게 침해받았다. 이를 두고 국제정치학 용어로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한다.

중국이 동아시아지역 패권을 쥘수록 주변 국가들의 핀란드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면, 한국은 중국에 의한 핀란드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제안과 같이 미·중 간의 거래에 의해 김정은 정권을 교체시킨 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된다면, 언젠가 중국 대륙에 접경해 있는 한반도는 ‘친중 중립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한반도 경제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코리아-핀란디제이션’ 현상으로 진전될 것이며, 더욱 극단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화’까지도 우려된다.

이것이 우리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일지 모르지만 수수방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늦기 전에 핀란드화를 피하기 위한 제3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때다. 필자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주장했던 ‘한반도 중심축 국가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학설은 한국이 주변국과 우호 관계를 넓혀 어느 한쪽에도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상을 발전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러시아 극동(연해주)지역과 한반도를 환동해경제권으로 연결하는 신북방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현재 러시아 극동지역은 푸틴의 신동방정책으로 주변국들, 특히 한국의 참여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경제협력을 요청하는 실정이다. 이 지역은 중국과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진출을 견제해야 하는 민감한 상황인 만큼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을 경유하여 한국과 연결되는 초국경 인프라 프로젝트(철도망, 가스관, 전력망)가 진행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흐름을 잘 활용하여 한국은 한미동맹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대단위 경제·인프라 개발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과감한 전략적 대안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에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이 실시했던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에 버금가는 외교술이 될 것이며,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되어 있는 한반도 현실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창의적 국가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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