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여름 보양식 맛집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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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1   |  발행일 2017-08-11 제40면   |  수정 2017-08-11
장어·버섯·흑염소 특화…영양만점에 맛까지 기차네

봄은 짧고 여름은 길다. 여름이 되면 입맛도 없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땀을 더 흘린다. 그래서 피로도 가중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 무기력증에도 쉽게 빠진다. 기력이 없어지면 삶의 활력도 떨어진다. 점심만 먹으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도 못한다. 이럴 때 기력회복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면 떨어진 신체의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선조들은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음식으로 낫지 않으면 그다음에는 어쩔 수 없이 약을 썼다. 그만큼 ‘식치(食治)’를 강조했다. 무더운 여름을 거뜬히 보내고 산뜻하게 가을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지역의 보양식 맛집을 소개한다.


▶남강장어 (달서구 화암로 373/ 053-633-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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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장어


대구 최초로 장어요리를 선뵌 식당
장어엔 소고기의 200배 비타민A 등
민물장어로 소금·간장·고추장구이
명이나물 절임에 싸서 한입 ‘엄지 척’


민물장어(뱀장어)는 여름철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치고 입맛을 잃은 사람에게도 좋다. 남성에게는 강한 힘, 여성에게는 아름다움, 그리고 노약자의 기력 회복과 어린이의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 ‘종합영양제’로 불릴 정도로 장어는 비타민A가 소고기의 200배 이상, 비타민E도 10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간 기능을 돕는 타우린도 많이 함유돼 있다.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가 풍부해 보양식품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다.

장어는 바다가 고향이다. 다른 장어는 평생을 바다에서 살지만 민물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1년쯤 뒤에 거주지를 민물로 옮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바다장어보다 훨씬 통통하고 쫄깃한 듯 부드럽다.

이 집은 대구에서 최초로 장어요리를 선보였다. 국내산인 데다 양념과 굽기의 노하우가 있는 집이라 어지간히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살이 적당하게 탄력이 있어 씹는 촉감이 좋다. 장어 특유의 흙내도 전혀 없다. 단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장어를 직접 구우면 태우기 십상이고 살이 부서져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 집은 주방에서 먹기 좋게 노릇노릇하게 구워나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천일염을 뿌려 구워내는 소금구이와 20여가지 재료로 만든 소스를 여러 번 발라 굽는 간장·고추장 구이가 있다. 한방 약재가 들어가 장어 특유의 느끼함이 적다. 몰캉몰캉 씹히는 보드라운 맛이 입맛을 북돋운다. 금방 구워낸 맛이 아니다. 오랜시간 구워 양념의 맛이 살 속에 촘촘히 스며 있다. 식어도 쫄깃한 그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곁들여 내는 반찬도 제법이다. 입 안을 깔끔하게 하는 물김치, 명이나물 절임, 훈제오리, 더덕고추장구이 등 장어와 곁들이기에 딱 맞는 반찬류가 따라나온다. 짭짤한 명이나물 절임에 마늘 한 조각, 그리고 풋고추에 생강을 얹고 돌돌 싸먹으면 장어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걸쭉한 국물과 시래기가 있는 장어탕, 여성들이 좋아하는 장어죽 등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청주버섯 (중구 동성로 2가 65-1/ 053-425-5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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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버섯


代 이은 40년 역사의 버섯요리 명가
당일 들여온 8가지 버섯이 맛의 원천
풍부한 무기질에 다이어트에도 효과
버섯별 맛·향 살려낸 전골·탕수 별미


1978년 오픈한 버섯요리의 명가다. 버섯찌개, 버섯전골, 버섯돌솥비빔밥, 버섯덮밥, 버섯탕수, 생버섯전, 버섯비빔밥 등을 전문으로 한다. 2대째 대를 이었다. 대중적인 가격에 한정식처럼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낸다. 이 집은 버섯만으로 요리를 해낸다. 여러 버섯을 동시에 맛볼 수 있고 밥은 금방 지은 백미와 현미밥을 골라 먹을 수 있다. 건강을 챙겨주는 집이다.

버섯은‘베지터블 스테이크(Vegetable steak)’. 비타민, 철,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집 맛의 원천은 당일 들어오는 새송이, 표고, 양송이, 맛타리, 목이, 팽이, 건표고 등 8가지 버섯. 그 재료에 소 등뼈와 감초를 함께 넣고 최소한 10시간 이상 우려낸 맛국물을 베이스로 요리한다. 설탕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매실진액으로 은근슬쩍 단맛을 내고 수제고추장으로 끝맛을 조정한다. 약간 단맛이 나는 표고버섯은 불로장수의 묘약으로 알려져 있다. 생기와 정력에 좋고 혈행을 좋게 한다고 했다.

버섯전골의 포스도 남다르다. 버섯의 부드러운 목넘김과 간혹 씹히는 고기의 졸깃한 식감이 맛의 질감을 증폭시킨다. 각종 버섯을 비롯해 감자, 대파, 냉이, 부추 등을 넣는다. 버섯향과 채소에서 스며나오는 깊은 맛을 최대한 활용한다. 버섯 자체에서 우러나는 맛 때문인지 진한 고기국물 못지않다. 버섯의 식감이 꼭 고기 같아서 입안은 더욱 호사스러워진다. 특히 새송이버섯은 송이버섯에 비해 향은 약하지만 뽀드득 씹히는 질감이 무척 탄력적이다. 어느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목이버섯은 쫄깃하면서 팔팔한 맛이다. 얼큰하기까지 한 국물맛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뭉글뭉글 피어나는 노루궁뎅이버섯과 표고·목이·새송이버섯이 무게중심을 잡은 버섯탕수는 튀김옷이 두껍지도 얇지도 않다. 겉은 비스킷처럼 바삭하고 속은 육즙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 고기처럼 촉촉하다. 시고 짠 듯한 단맛이 매력적이다.

버섯별 맛과 향이 아주 또렷하게 살아 있다. 입 안에서 씹히는 질감도 달라 먹는 내내 재미가 있다. 사시사철 내는 배추 물김치는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고 입안과 뒷맛을 더욱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생배추에 밀가루 쑨 물과 고운 고춧가루, 배·양파·마늘 등을 맛있게 갈아 넣는다.

얼큰하고 화끈한 육개장 맛에 길들여진 대구 사람들에겐 다소 밋밋하게 전해질 수도 있는 버섯요리. 하지만 힐링푸드를 원하는 마니아에게 이 집 버섯요리는 분명 차세대 음식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어릿골 흑염소농장 (수성구 달구벌대로 650길 45/ 053-792-6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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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골 흑염소농장


저지방·고단백·고칼슘 식품인 흑염소
뭉티기·육회·숯불구이·전골·곰탕까지
1년생 미만 고기만 사용해 다양한 요리
소고기보다 연하고 돼지고기보다 고소


뭉티기, 육회, 숯불구이, 전골, 곰탕 등 흑염소 특화식당이다. 숯불구이만 해도 고기가 양호하기 때문에 양념을 덧칠할 필요가 없다. 흑염소는 약산성 식품이자 저칼로리 식품이기도 하다. 지방 연소를 촉진하고 항산화 기능을 하는 카르니틴이 소고기의 2배, 돼지고기의 10배 정도 많다고 한다.

소고기와 마찬가지로 숯불에 살짝 익혀 먹는다.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다. 깨끗한 환경에서 발효사료만 먹고 자랐다는 증거다. 육즙도 그대로 살아 있다.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오메가-9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인산이 52.87%로, 한우(평균 47.3%)보다 더 많다. 그래서 훨씬 부드러우면서 달고 고소하다.

흑염소는 지방질이 적은 반면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근육섬유가 연해서 소화가 잘된다. 특히 비타민E가 많다. 비타민E는 토코페롤이다. 세포의 노화방지에 탁월하다.

염소는 1년 미만 것만 쓴다. 고기 속에 지방질이 가지런하게 박혀있다. 숯불에 구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자글자글 익는 모습에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돋는다. 참나무숯 연기가 버무려져 형성된 구수한 훈내가 고기맛을 더욱 돋운다. 사태와 등심의 안쪽 살로 육회를 만든다. 참기름과 마늘을 넣어 버무리고 채를 썬 배는 접시 한쪽에 따로 낸다. 미끄러지듯이 매끈하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소고기보다는 연하고 돼지고기보다는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뜨끈한 열기가 배 속 깊숙한 곳까지 전해지는 듯한 전골. 염소뼈를 48시간 이상 고아 만든 것이다. 가마솥에 10여가지의 한약재를 넣고 빚어낸 우유 빛깔의 진국이다. 쫀득한 고기와 푹 물러진 채소가 잘 어울린다.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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