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고위직 낙마…靑 '곤혹'

  • 입력 2017-08-11 00:00  |  수정 2017-08-11
김기정·안경환·조대엽에 이어 네 번째 차관급 이상 낙마자
靑, 긴급 브리핑 열고 임명 배경 설명…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재고' 요청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임명나흘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고위직 중 네 번째 낙마자로 기록됐다.


 야당은 물론 과학기술계에서도 반발이 거세 어느 정도 자진사퇴가 예견된 상황이었음에도 청와대는 인사 마무리 단계에서 또다시 인사파문이 일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부처를 이끌어야 하는 장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 본부장 낙마에 따른 타격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 과학기술 분야의 개혁 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 사퇴 이후 박수현 대변인 명의로 "청와대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표현으로 박 본부장 인선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청와대가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날 박수현 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 인사 문제가 불거져 곤혹스럽다"며 청와대 내부의 무거운 기류를 전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 7일 신설된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됐으나, 임명 직후부터 황우석 전 교수를 지원한 전력 탓에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불거졌다.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일하던 2006년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조작 파문과 관련해 공직을 떠났다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돼 11년 만에 공직에 복귀했다.


 황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이기도 했던 박 본부장은 당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후원했었다.
 이 같은 전력의 박 본부장이 임명되자 야권은 물론 과학기술인을 중심으로 거센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과학기술인이 중심이 된 전국공공연구노조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비판 논평을 내고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전날 긴급 브리핑까지 하며 박 본부장을 임명한배경을 설명했다.


 박 본부장의 과(過)가 분명 작지 않지만 공(功)도 함께 평가해 달라며 과학기술계와 국민을 향해 '재고'를 요청하면서도, 자진사퇴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를 두고 박 본부장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한편, 청와대로서도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은 박 본부장을 어느 정도 예우해 주려는 의도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후로도 반대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박 본부장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본부장이 이날 자진사퇴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진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김기정 국가안전보장회의(NSC) 2차장이 6월5일 '과중한 업무로 인한 건강악화와시중의 구설'을 이유로 가장 먼저 자진사퇴했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같은 달 16일 허위 혼인신고 파문 끝에 후보에서 물러났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음주운전 관련 거짓해명 의혹이 제기되고 막말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크고 작은 흠결이 노출돼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다가, 결국 지명 32일 만에 자진사퇴의 길을 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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