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하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8-14 07:52  |  수정 2017-08-14 07:52  |  발행일 2017-08-14 제15면
[행복한 교육]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하자

세상은 온통 문제투성이다. 어디 하나 문제가 없는 곳이 없다. 그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누구 하나 완벽한 어떤 방도나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만들었고, 대화와 소통이나 토론과 타협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협력·집단지성·숙의·공론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력이다.

지난주 온 나라가 2021년 수능 개편안 발표, 교원 임용 적체 문제로 떠들썩할 때, 대구교육은 교육감이 발표한 고위직 인선문제로 시끄러웠다. 시민사회단체는 선거법 위반 간부에 대한 교육국장 승진 발령, 성추행 교장에 대한 관내 교장 발령, ‘아동 성혐오 동영상 학대’ 관련 해당 학교장의 발령 등 원칙 없는 문제성 인사 발령에 대해 취소를 요구했다. 답답했던 것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육청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문제 해결력이 부족할까 답답했다. 그러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며칠 전에 사람들이 내 활동 방식에 대해 하는 뒷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다.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마무리가 안 된다, 너무 일이 많아 어느 일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내가 있으면 그 조직에 들어가기 싫다는 것이다. 안타깝다며 전해준다고 했지만 고맙지 않고 유쾌하지도 않았다. 그런 면이 적지 않으니 딱히 변명을 하기도 곤란하다. 누구든지 형편없이 부족한 사람과도 협력할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일 뿐이다. 상대도 당신의 완벽함을 알고 협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일 뿐이다. 정말 안타깝거든 뒷말하지 말고 와서 부족함을 채워주면 된다. 뒷담화는 참 나쁜 태도다. ‘타타타’라는 노래가 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중략)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아하하하하.’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거대한 우주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든 그냥 들에 핀 풀꽃 하나를 본 듯 있는 그대로 봐 주면 좋겠다. 우리가 그렇게 악한 일을 하고 살지 않는다면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길 위에 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좋겠다. 나는 요즘 상당히 종교적인 삶의 태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분을 의지하고, 그분이 강하게 움직이시고, 그분이 정한 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때가 지금 여기에 이뤄지도록 기꺼이 나를 도구로 내놓겠다는 태도다. 그분께 의지하고 나의 상처도, 나의 계획도, 나의 부족함도, 잘 되든지 말든지 그것마저도 맡기고, 그저 천천히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분이 우주의 힘이라고 믿기도 하고, 그분이 하느님이라고 믿기도 하며, 그분이 시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바탕에는 사랑이 필요충분조건이 돼야 한다. 사랑을 자비, 배려, 우정, 연대, 환대라고 부를 수 있다. 성경에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고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이런 것이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동지라 믿고 좋아했지만, 어느 날 어떤 일로 갈라서고 더 미워지게 된다. 그가 무슨 일을 하거나 상관없고, 거룩한 일을 하는 종교인이나 운동가나 사상가 누구라도 이 우주생태계의 법칙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걸 인정하고 잘 견뎌내면서 우주생태계 속에서 나의 한살이를 잘 살아가면 될 일이다. 내가 누구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무나 물고기에 대해 조금 아는 지식 수준만큼이나 겨우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알 뿐이다. 그걸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너무 남들의 판단에 얽매이지 말고, 내 안에 가득한 나를 발견하고 만나고, 나의 이웃이나 벗들도 그렇게 보고 서로 민주주의를 살면서 작은 빛 하나 밝히다가 나에게 주어진 한살이를 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반딧불이가 빛나는 여름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