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욜로 정부’ 경계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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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4   |  발행일 2017-08-14 제30면   |  수정 2017-08-14
5년단임 대통령제에서의
‘한 번뿐인 정부’ 인식이
文정부에 깔렸다는 지적
국민에게 부메랑이 되는
선심성 정책은 재고해야
[송국건정치칼럼] ‘욜로 정부’ 경계령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신조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충분히 즐기며 살라는 의미가 있다. 2011년 래퍼인 드레이크가 발표한 ‘더 모토’(The Motto)의 노래 가사에 등장한 이래 시대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런 인생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욜로족’ 혹은 ‘투데이(Today)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현재를 중시하는 2030세대가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오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당장 필요한 물질만 소유하는 대신 그로부터 생긴 시간과 마음의 여유로 여행·취미 같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오늘의 즐거움보다 내일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던 대다수 기성세대와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 욜로족이 지향하는 삶을 옳다 그르다 평가할 수는 없다. 인생 가치관에 따른 개인의 선택인 까닭이다.

그러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가 5년 단임을 의식해 ‘한 번뿐인 정권’이란 생각에 빠지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출범 100일을 앞둔 문재인정부에서 그런 태도가 엿보인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지난주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5년간 3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재정의 부담은 결국 다음 정부에 넘어갈 걸로 자유한국당은 생각한다. 당장에 선심은 대통령이 쓰고 나중에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게 될까 걱정이란 말도 나왔다. 부실한 재원 대책 때문에 국민에게 건보료 폭탄이 부메랑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 정책의 5년 뒤가 보이지 않는다”(김광림 정책위의장 대행), “현 정부는 ‘5년 살이’ 정부”(김태흠 최고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산타클로스도 못 할 선심의 아이콘”(심재철 의원), “수입은 아랑곳하지 않고 명품 쇼핑을 하고 다니는 철없는 사람”(장제원 의원)이란 혹평이 쏟아졌다.

문재인정부가 연일 내놓는 복지 확대, 사회보장 강화 정책이 임기 5년만을 염두에 두고 나중은 나 몰라라 하는 주먹구구식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고스란히 동의하진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주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권에서 나라 살림을 살아봤다.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 세수 증가와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나름대로 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야당의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기도 마뜩잖다. 문재인 케어 외에도 ‘5년용’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정책 발표가 몇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178조원의 세금이 들어갈 100대 과제 선정, 퇴직 때까지 장기 부담이 될 공무원 증원이 대표적이다. 탈(脫)원전을 해도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 전력 수급이 무난하고, 전기료 인상도 없을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발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제왕적 통치’라는 폐단을 낳았다. ‘한 번뿐인 정권’이라서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고 전횡을 휘둘렀다. 그 속마음에 ‘욜로 심리’가 들어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국 주변의 욜로심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까지 젖어들면서 파면까지 당했다. 이젠 5년 동안 무소불위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권력마저 남발하는 조짐이 나타나는 건 크게 경계할 일이다. 무엇보다 권력자가 욜로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음 정부, 또 그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것도 지금 정부의 성공 요건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차기 대선 때 국민들은 그런 부분도 평가항목에 넣을 것 같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진보정권 20년 장기집권론’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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