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黃金率(황금률) 활용법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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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4   |  발행일 2017-08-14 제31면   |  수정 2017-08-14
[월요칼럼] 黃金率(황금률) 활용법
박규완 논설위원

황금비율은 짧은 것과 긴 것의 비율이 1대 1.618인 것을 말한다. 시각적으로도 가장 안정감을 주는 이상적인 비율이라고 한다. 황금비율의 기원은 BC 5세기의 고대 이집트에서 축조된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변의 길이가 황금비율과 근사(近似)한 데서 유래됐다. 황금비율이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신이 내린 비율’이란 말도 파르테논 신전의 황금비율에서 비롯됐다. 르네상스 시대엔 황금비율이 조각상, 그림에도 폭넓게 원용될 만큼 불문율이었다.

우리 일상에서 늘 접하는 책상·명함·신용카드·책·담뱃갑도 모두 황금비율의 공식이 적용된 것들이다. 황금비율이 세로와 가로의 길이나 짧은 것과 긴 것의 비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에도 황금비율은 유효하다. 이 경우엔 황금률(黃金率)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싶다. 황금률은 비율뿐 아니라 강도·속도·시간·배분·최적 등의 의미를 아우른다.

세금에서의 황금률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아서 래퍼의 ‘래퍼 곡선’을 참고할 만하다. ‘세율이 적정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세수가 늘지만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수가 되레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여야 간의 괴리가 큰 법인세는 어떨까.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5%라면 OECD 법인세 평균 최고세율에 근접하는 수준인 데다, 과표 2천억원 이상의 초대기업에만 적용되는 만큼 무리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최고세율이 25%를 초과하면 투자나 세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5%의 세율이 임계점인 동시에 법인세의 황금률이 아닐까 싶다.

황금률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과도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이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한다. 이 정도면 황금률을 벗어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기준으로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매우 높다. 가계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의 뇌관이 돼서는 곤란하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방향은 옳다. 그렇더라도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급격한 방향 수정으로 사회 갈등이 증폭되고 에너지 비용만 늘어나선 곤란하다. 특히 건설 중인 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세월호도 급변침으로 전복하지 않았나. 탈원전-친원전, 안전-비용 구도의 이분법적 접근도 경계할 일이다. 원전 및 화력·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 비율 조정, 즉 ‘에너지 믹스’는 장기적이고도 정치(精緻)한 에너지 수급과 관리의 틀 안에서 짜여야 한다. 이 또한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황금률을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황금률이란 말엔 조정·협상·절충 따위의 함의가 녹아 있다. 황금률은 대체로 극좌나 극우가 아닌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 까닭이다. 위정자로서 황금률을 중시한다는 건 조정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론 고려 11대 왕 문종이 조정과 협상의 고수였다. 뿐만 아니라 문종은 사감(私感)과 정실(情實)을 멀리했으며 오로지 합리적인 판단으로만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했다. 고려사는 “문종 시대엔 창고에 곡식이 쌓였고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였으며 나라는 부유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려하면 창업자인 왕건과 광종, 공민왕 정도만 인구에 회자되지만, 기실 문종은 ‘고려의 세종대왕’이란 수식(修飾)이 아깝지 않은 성군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문종의 리더십을 오마주하기 바란다. 탈원전·최저임금 등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 정책도 조정자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그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황금률이라는 솔루션을 들이대면 웬만한 매듭은 풀리지 않을까.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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