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림의 날’ 상처입은 상주 소녀상

  • 이하수,이두영,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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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5 07:24  |  수정 2017-08-15 09:47  |  발행일 2017-08-15 제2면
날카로운 도구로 얼굴 흠집 내
CCTV 설치 안돼 수사 어려움
안동은 오늘 소녀상 제막 행사
20170815
경북 4개의 소녀상//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경북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빗속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위에서는 누군가 우산을 씌워 주었고, 상주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으며, 포항에서는 꽃을 놓고 갔다. 안동은 제막식을 앞두고 천막으로 보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경북 네 곳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은 빗속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기도 하다. 잊지 않은 누군가는 굵은 빗방울을 맞으면서 꽃을 들고 찾아왔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우산을 씌워 주었다. 광복절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인 한 ‘소녀’는 베일처럼 천막에 가려져 있었다. 마치 암흑 속에 갇힌 채 광복을 기다리던 바로 그날의 모습이 아닐는지…. 하지만 모든 ‘소녀’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이날, 한 ‘소녀’는 또 다른 테러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상주 평화의 소녀상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영옥 상주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이날 소녀상이 훼손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 확인 결과, 소녀상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피습’당한 듯 이마 등 온 얼굴에 흠집이 가득했다. 콧등에는 칼이나 끌 같은 도구를 이용한 듯 ‘피부’ 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조 대표는 “소녀상이 훼손됐다는 전화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지난 주말까지 멀쩡했던 걸로 미뤄 밤사이 누군가가 흉기로 훼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주경찰서가 훼손범을 찾기 위해 나섰지만 주변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대표는 “오늘이 평화의 소녀상 기림일인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경찰은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하고, 상주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용 CCTV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주 소녀상은 시민 모금으로 지난해 10월29일 서성동 왕산역사공원에 세워졌다.

안동에서는 또 하나의 소녀상이 세워진다. 안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15일 동부동 안동웅부공원 특설무대에서 제막식을 갖는다고 14일 밝혔다. 군위·포항·상주에 이어 경북에서는 네 번째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회원 1천773명의 기부로 5천572만원이 모금돼 목표인 6천만원에 미달됐으나, 안동미술협회 회원들이 재능기부에 나서 예산 상당 부분을 절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소녀상을 비롯해 전국의 위안부 조형물은 6월 기준 69개다.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상은 2011년 첫 등장했다. 이듬해 1개가 추가로 설치됐고 2013년 3개, 2014년 7개, 2015년 22개, 2016년 24개가 더 생겼다. 이번 광복절을 전후해 11개가 더 늘어 총 80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육성 공개 증언 이후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8월14일을 기림일로 지정·운영키로 결의하면서 선포됐다.

상주=이하수기자 안동=이두영기자 포항=김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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