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태극기의 섬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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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5   |  발행일 2017-08-15 제27면   |  수정 2017-08-15

전남 완도에서 남쪽 바다를 건너 20㎞를 더 가면 ‘소안도’가 나온다. ‘편안히 살 만한 곳’이라는 섬 소안도(所安島)는 하루도 깃발을 내리는 날이 없는 ‘태극기의 섬’이기도 하다. 마을 전체 1천350가구가 살고 있는 섬의 어디로 눈을 돌려봐도 온통 태극기 투성이다. 섬마을에 내걸린 태극기 수는 1천500개에 이른다. 학교와 관공서뿐만 아니라 집집이 깃대를 세우고 ‘나라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그리 ‘소안(所安)’한 마을이 아니었다. 1920년대 6천여 주민 가운데 800명이 ‘불령선인(不逞鮮人·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한국 사람을 이르던 말)’으로 지목됐다. 이 조그만 섬에서 광복 후 건국훈장을 받은 20명을 포함해 독립운동가 89명을 배출했다. 이들의 투옥 햇수를 더하면 110년에 이른다고 한다. ‘항일의 땅, 해방의 섬’이라 새긴 선착장의 비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소안도가 태극기 물결로 넘치게 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았다. 태극기 게양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태극기는 아무 때나 제멋대로 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르면 태극기는 국경·기념일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한 날에 달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완도군은 소안도에서 연중 태극기를 달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지금은 깃대 수리와 훼손된 태극기 교체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오늘은 제72주년 광복절이다. 지자체와 사회단체들이 해마다 광복절을 즈음해 일제히 태극기 달기 캠페인에 나서는 것도 자칫 잊기 쉬운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되새기고 나라사랑의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광복절은 물론 다른 국경일이나 국가기념일에도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태극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상징이 되면서부터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태극기가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보수나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라 통합의 상징이며 독립국가의 근본이다. 그렇기에 분열과 대립을 유도하는 불순한 의미의 도구여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번 광복절을 전환점으로 삼아 전국 방방곡곡에 태극기가 휘날릴 수 있도록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태극기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도 기성세대의 의무다.

마준영 경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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