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대형마트·편의점 등 판매 중단…추석 앞두고 ‘제2의 계란대란’ 비상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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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07:23  |  수정 2017-08-16 11:29  |  발행일 2017-08-16 제6면
‘살충제 계란’ 공포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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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북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가 도내 산란계 농가로부터 수거해 온 계란을 검사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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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제2의 계란 수급파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발생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데다, 추석 성수기를 한달 앞두고 있어 그야말로 ‘금란(金卵) 대란’ 비상이 걸렸다.

◆판매 중단 초유의 사태

15일 자정을 기해 대규모 계란 농가 출하가 전격 중단된 데 이어,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들도 일제히 판매 중단에 나섰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점포의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객 안심 차원에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계란 판매를 중단하고, 결과가 나오면 순차적으로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2천120개 매장을 운영 중인 농협하나로마트를 비롯해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도 계란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서도 판매 안해
수급 부족사태는 불보듯 뻔해

제과·제빵·요식업계 직격탄
“가격 급등에 겨우 버텼는데…
더 오르면 문을 닫아야할 판”



편의점도 계란 판매 중단 대열에 동참했다. CU(씨유)는 이날 전국 1만여개 점포에서 생란과 가공란, 국내산 계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모든 간편식 제품의 신규 발주와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CU와 마찬가지로 계란 제품의 발주, 판매를 중단했다. 이외에도 쿠팡, 위메프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도 생란, 구운 계란, 과자 등 일부 품목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인한 물량 부족으로 일부 품목의 판매가 중단된 적은 있지만, 국내 유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계란을 비롯한 관련 제품 전면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소비자들의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대구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농장에서 납품받은 계란이 없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불안감을 고려해 판매중단한 것”이라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추석 성수기를 앞둔 유통업계에도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급 불안·가격 급등 불가피

계란 가격은 이미 AI 여파로 평년보다 40% 이상 올라있다. 생산·공급 기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다 추석 성수기가 겹치면서, ‘금란(金卵)’의 가격이 그 어느때보다도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격(30개들이 특란 기준)은 7천595원이다. 1년새 2천245원(42%)이나 비싸진 것이다. AI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계란값이 9천원대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많이 내렸지만, 평년보다는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산란계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중 산란율이 떨어지는 노계와 계란을 생산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산란용 병아리의 비중이 높은 탓에 공급량 회복, 계란값 하락세가 더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대규모 농가의 출하 자체를 막으면서 수급 부족사태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유통업계의 판매 중단 결정도 가격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관련 요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원료로 사용할 계란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데다, 소비자들의 계란 사용 제품 기피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구 수성구에서 카스테라 전문점을 운영하는 전모씨는 “하루 아침에 손님이 뚝 끊겨 당황스럽다”며 “지난 AI 이후 계란값 급등에도 겨우 버텨왔는데, 원재료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계란은 여러 음식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로 꼽히는데, 곧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그야말로 ‘계란 대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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