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키워준 고모·고모부 감사해요”…질녀가 마련한 칠순잔치 ‘잔잔한 감동’

  • 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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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  발행일 2017-08-16 제14면   |  수정 2017-08-16
신현주씨와 형제자매·친지
칠곡 글램핑장서 보은행사
“사랑으로 키워준 고모·고모부 감사해요”…질녀가 마련한 칠순잔치 ‘잔잔한 감동’
유별난 가족애를 자랑하는 의성 ‘나부골 칠남매’가 신귀란씨의 칠순잔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모와 고모부는 어린 시절 저에게 부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분은 언제나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셨습니다. 내리사랑이라고 두 분께 받은 사랑을 저는 돌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분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왜소해진 몸을,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그리고 주름진 두 분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두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난달 칠곡의 한 글램핑장에서는 자식이 없는 고모 품에서 친자식처럼 자란 질녀가 고모의 칠순잔치를 열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신현주씨(여·44·대구시 달서구)는 부산 다대포에 살고 있는 고모 신귀란씨의 칠순을 맞아 이 곳으로 고모와 고모부를 초청했다. 잔치에는 현주씨의 형제자매를 비롯, 친지 50여명이 모였다.

현주씨는 신귀란씨의 질녀이자 딸이기도 하다. 어릴 때 친부모가 부산에서 고향 의성으로 귀향하면서 네 자매 중 맏이인 현주씨만 자녀가 없던 고모집에 남게 됐다. 고모부인 오태환씨(74)와 고모는 20여년 동안 현주씨를 딸처럼 키워서 시집까지 보냈다.

이날 진행을 맡은 현주씨는 “결혼 후 아이 낳고 사는 데 바빠 겨우 생일 때만 찾아 뵙기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엔 죄송함이 있었다”며 “칠순잔치를 마련해 두 분에게 짧게나마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현주씨의 형제자매 역시 모든 걸 뒤로하고 자식을 대동했다. 슬하에 자식이 없는 오씨 부부에게 모두가 자식이 되어 주기 위한 배려였다.

‘나부골(의성군 하1리) 칠남매’로 불리는 이들의 가족애는 유별나다.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장서고 있다. 여름휴가와 새해맞이는 무조건 함께한다. 20여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칠남매의 맏이인 신기일씨(73)의 후덕함 덕분이라고 가족들은 입을 모은다.

신기일씨는 “10여년 전 오 서방 회갑 때는 아들도 딸도 없어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어깨춤이 절로 난다. 옛날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에 함께 자라 이렇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사니 더 바랄 게 없다”며 칠순을 맞은 여동생을 위해 축가를 불렀다.

한편 칠순잔치에서는 현주씨의 딸 남유진양의 가야금 연주 등 두 시간 동안 가족공연이 펼쳐졌다.

신귀란씨는 “그냥 밥 한 끼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대하게 생일상을 받고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조카들이 자식처럼 찾아와 안겨준 선물과 칠남매의 따뜻한 우애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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