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가족애를 자랑하는 의성 ‘나부골 칠남매’가 신귀란씨의 칠순잔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고모와 고모부는 어린 시절 저에게 부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분은 언제나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셨습니다. 내리사랑이라고 두 분께 받은 사랑을 저는 돌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분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왜소해진 몸을,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그리고 주름진 두 분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두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난달 칠곡의 한 글램핑장에서는 자식이 없는 고모 품에서 친자식처럼 자란 질녀가 고모의 칠순잔치를 열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신현주씨(여·44·대구시 달서구)는 부산 다대포에 살고 있는 고모 신귀란씨의 칠순을 맞아 이 곳으로 고모와 고모부를 초청했다. 잔치에는 현주씨의 형제자매를 비롯, 친지 50여명이 모였다.
현주씨는 신귀란씨의 질녀이자 딸이기도 하다. 어릴 때 친부모가 부산에서 고향 의성으로 귀향하면서 네 자매 중 맏이인 현주씨만 자녀가 없던 고모집에 남게 됐다. 고모부인 오태환씨(74)와 고모는 20여년 동안 현주씨를 딸처럼 키워서 시집까지 보냈다.
이날 진행을 맡은 현주씨는 “결혼 후 아이 낳고 사는 데 바빠 겨우 생일 때만 찾아 뵙기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엔 죄송함이 있었다”며 “칠순잔치를 마련해 두 분에게 짧게나마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현주씨의 형제자매 역시 모든 걸 뒤로하고 자식을 대동했다. 슬하에 자식이 없는 오씨 부부에게 모두가 자식이 되어 주기 위한 배려였다.
‘나부골(의성군 하1리) 칠남매’로 불리는 이들의 가족애는 유별나다.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장서고 있다. 여름휴가와 새해맞이는 무조건 함께한다. 20여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칠남매의 맏이인 신기일씨(73)의 후덕함 덕분이라고 가족들은 입을 모은다.
신기일씨는 “10여년 전 오 서방 회갑 때는 아들도 딸도 없어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어깨춤이 절로 난다. 옛날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에 함께 자라 이렇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사니 더 바랄 게 없다”며 칠순을 맞은 여동생을 위해 축가를 불렀다.
한편 칠순잔치에서는 현주씨의 딸 남유진양의 가야금 연주 등 두 시간 동안 가족공연이 펼쳐졌다.
신귀란씨는 “그냥 밥 한 끼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대하게 생일상을 받고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조카들이 자식처럼 찾아와 안겨준 선물과 칠남매의 따뜻한 우애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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