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의 취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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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07:57  |  수정 2017-08-16 07:57  |  발행일 2017-08-16 제23면
[문화산책] 연극의 취미화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과거 소수정예로 입시에만 초점을 두고 연기학원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근데 이상하게 연기를 취미로 배우고 싶다는 성인들의 문의가 많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극단을 운영하면서 ‘연극의 취미화’ ‘자존감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반인 워크숍을 해보기로 했다. 연기·스텝분야 등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매달 발표회를 하고, 마지막에 공연을 제작해 마무리하는 것이다.

의외로 반응은 엄청났다.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흥미를 가졌고, 문의 전화도 빗발쳤다. 워크숍을 한 지 3년째가 된 지금도 모집할 때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토록 반응이 좋은 이유가 뭘까. 연극이 인간 본연의 모방과 유희의 본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만나게 되면서 배가 되는 듯하다. 워크숍 참가자들을 지켜본 결과 그들은 외로워하고 있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진짜’ 소통에 목말라 있다. 그것이 적절하게 놀이·모임이라는 것과 만나면서 시너지를 만들게 된 듯하다.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오로지 표현과 의사소통에 대해서만 함께 고민하니 이 세상 어떤 사람들과도 바꿀 수 없는 소통을 이뤄내게 된 것이다. 표현에 인색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소리 지르고, 울고, 웃어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막상 성인이 되면 학창시절 많았던 인간관계들과 멀어진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새로운 단체에 새로운 소속감을 가지지만, 모두 일과 연관돼 놀이와의 연관성이 없다. 이런 이유로 연극 모임은 빛을 발한다. 공연이라는 목적도 있으면서 놀이라는 것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한 모임에서의 관계는 조금은 특별하다.

극단에서 일반인 대상 연극 제작 프로그램을 시행했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던가, 공연 제작을 위한 예산에 대한 문제가 있다. 또한 연기뿐 아니라 기획, 무대, 조명, 음향, 의상소품 등 공연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적절하게 체험하게 하다보니 전문가들의 감정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측면도 있다. 이들이 연극으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주어야 하는데, 사실상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고 공연하기 바쁜 실정이라 어려움이 많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줄 때 ‘연극의 취미화’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또한 급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세상에 적응해 더욱 가까운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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