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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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  발행일 2017-08-16 제30면   |  수정 2017-08-16
[김옥렬의 미·인·만·세]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No woman, No cry’
[김옥렬의 미·인·만·세]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1993년 로렌스라는 이름의 흑인청년이 버스 승강장에서 다섯 명의 백인 청년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영국 경찰의 성의 없는 사건조사로 백인 가해자들은 무죄로 판결났다. 아들을 억울하게 잃은 어머니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20년이나 지나 가해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No woman, No cry’는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방울에는 어린 나이에 희생된 아들의 얼굴이 담겨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흑인화가 크리스 오필리가 그린 그림이다. 그는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면서 그만의 존재감을 찾는 데 성공한 예술가다. 그는 선입견과 편견, 사회적인 통념을 깨기 위해 반(反)예술적 정서로 비판과 반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인종차별과 사회적 억압에 맞선 그의 그림에는 성과 속의 관계를 특유의 색과 형, 무게와 질감으로 화려하고 진지하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담았다.

크리스 오필리는 1968년 맨체스터 출신의 흑인 예술가다. 그는 1992년 짐바브웨 예술가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 이후 오필리에게 코끼리의 배설물은 전통과 토템 그리고 유색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배설물은 볏짚이나 폴리 그리고 물감을 혼합해서 사용했다. 전시 중에는 코끼리의 배설물 덩어리를 캔버스 양쪽에 받쳐 놓는다.

오필리는 인종차별과 사회문화적 편견 그리고 특권과 위선에 맞서 미술로 도전하고 폭로했다. 그래서 인종차별이나 반인권적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외설시비뿐 아니라 신성모독으로 법정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그림을 그렸음에도 오필리는 1998년 30세의 나이로 영국 최고의 예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하고, 2003년에는 영국대표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시대의 감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예술가는 이렇듯 사회적 통념을 깨고 한발 혹은 두발 앞서가는 사람이다. 통념의 경계를 열어가는 예술가의 메시지는 일상의 편견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생산하는 창조적인 힘이자 소통의 열쇠다. 그 소통이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향하는 것인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 생기는 힘이다. 어떤 경우 반항이 되기도 하지만 담긴 비전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영토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소통의 장소와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다운 삶을 향한 시대의 변화, 그것을 감각하는 예술가의 촉수는 감성생태를 위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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