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양쪽 다 책임”…양비론에 여론 다시 악화

  • 입력 2017-08-17 07:40  |  수정 2017-08-17 07:40  |  발행일 2017-08-17 제14면
‘인종주의는 惡’발언 하루만에
또 백인우월주의자 두둔 태도
재계도 반발, 자문단 잇단 탈퇴
극우진영에선 “용기있는 발언”
트럼프 “양쪽 다 책임”…양비론에 여론 다시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폭력을 규탄한다"(12일) → “비난 대상에는 극단주의 단체들이 포함된다"(13일)→“인종주의는 악이다"(14일) →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두고 ‘오락가락’ 발언을 하고 있다.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하게 따지지 않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다시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직을 맡았던 주요 기업 CEO(전문경영인)들의 사퇴가 계속되고 있고,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격앙된 어조로 “한 이야기(폭력사태)를 놓고 두 편이 있다"며 양비론을 제기했다. 그는 12일 사태 발생 직후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뿐 아니라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날 뉴욕 기자회견 발언은 사흘 전 썼던 ‘여러 편’이라는 표현을 ‘두 편’으로만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끔찍한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극우진영에서는 곧바로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재계 반발부터 거세다. 그의 발언에 항의해 기업 CEO들의 경제자문단 탈퇴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시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전미제조업연맹(AAM)의 스콧 폴 회장이 ‘대통령 직속 제조업자문위원단(AMC)’에서 탈퇴했다.

이어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회장이 15일 “편견과 국내 테러를 용인하는 대통령을 위한 위원회에는 앉아있을 수 없다"며 추가 탈퇴 의사를 밝혔다.

샬러츠빌 사태 이후 AMC를 탈퇴한 위원만 5명으로, 연초 28명으로 시작했던 AMC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에 반발, 사퇴와 대체가 이어지면서 그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속출했다.

이 와중에 사태의 원인이 됐던 ‘남부연합’ 기념물의 철거와 훼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켄터키주 렉싱턴시는 샬러츠빌 사태를 계기로 애초 예정보다 일찍 남부연합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했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남부연합 상징 동상이 백인우월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의해 목에 줄이 걸린 채 넘어졌다.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에 대항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예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기리는 ‘링컨 메모리얼(기념관)’에는 ‘F***(욕설) law(법)’라고 쓴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태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극우단체들의 공개적인 활동은 대담해지고 있다. 극우단체의 추가 시위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추가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