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공포가 필요한 이유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8-17   |  발행일 2017-08-17 제30면   |  수정 2017-08-17
20170817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데 국민들이 너무나 평온합니다. 전문가와 외부에선 전쟁불감증이라 하지만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북한의 국방력은 한·미 국방력의 100분의 1도 안 됩니다. 2위 중국조차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한다? 아마 주석궁이 아니라 북한 지도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겁니다. 국민들은 을지포커스 훈련에서 한·미 국방력에 대한 믿음과 전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부 좌파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둘째, 국민들은 김정은의 아우성에 대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거친 언어 주고받기는 하마가 직접 싸우지 않고 서로 입의 크기를 재서 힘을 시험하는 모습과도 같은 것입니다. 국민들은 바다 넘어 들려오는 트럼프의 거친 언어에서 공포가 아닌 위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좌파를 포함한 대다수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이상은 국민들이 북한의 위협과 도발을 일상의 혹처럼 달고 살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진리입니다. 안타깝게도 얼마 안 있으면 이런 경험적 진리가 아무 소용없게 됩니다. 북한이 진짜 핵무기를 장착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최신예 전투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평택기지가 세계 제일이라 하더라도 머리 위에 있는 북한 핵미사일 한 발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앞으로는 북핵 미사일에 본토를 위협받는 미국이 우리까지 챙길 여유가 없을 듯합니다. 핵을 보험 삼아 남한의 자존심을 뒤집어 놓는 북한에 미국 대통령이 과연 “화염과 분노”의 경고를 날릴 수가 있을지, 만에 하나 북핵이 사용될 경우 미국 내 사변을 수습하느라고 신속하게 응전해서 원점 타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몇 년 안 남았습니다. 그때가 되면 전문가나 외부인사들이 걱정해 주지 않아도 국민의 전쟁 불감증이 전쟁 공포증으로 180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위정자와 전문가들은 지금의 전쟁불감증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임박한 게임체인지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