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적된 문제…근원적 해결책 찾아야”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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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07:40  |  수정 2017-08-18 09:22  |  발행일 2017-08-18 제13면
친환경농가 10곳중 1곳 농약사용
소비자 “정부인증제 큰 배신감”
■ 살충제 계란 문제 일파만파
20170818
국산 계란에서 사용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있다. 17일 오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상점에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 농가 10곳 중 1곳은 사실상 농약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인증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농가와의 직거래나 직접 재배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양새다.

◆‘무늬만 친환경’ 무더기 적발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대상 1천239곳 중 876곳의 검사가 완료됐다. 총 66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 중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62곳에 달했다. 전체 친환경 농가(683곳) 10곳 중 1곳은 ‘무늬만 친환경 계란’을 생산해온 셈이다.

친환경 인증 농가 계란은 농약 성분이 조금이라도 나와선 안된다. 농식품부의 ‘친환경 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 실시 요령 개정안’을 보면 ‘유기합성농약 또는 유기합성농약 성분이 함유된 것을 축사나 주변에 사용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 농가 중 27곳은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친환경 마크를 뗀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경기 15곳, 충남 5곳, 경남 3곳, 경북·전남·광주·강원 각 1곳 등 사실상 전국에서 검출됐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친환경 인증 농가 중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27곳의 계란은 전량 회수·폐기하고, 나머지 35곳은 친환경 인증 마크 없이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기준치와 상관 없이 친환경 인증은 모두 취소된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식품공학 전공)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문제가 왜 이제야 불거졌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해당 살충제 성분의 허가 여부, 합법적 기준치에 대한 제도 마련이 미흡한 데 따른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농약 성분 검출 여부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농가의 진드기 퇴치 방안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거래나 직접 재배 나서

그동안 일반 계란의 두세배 값을 주고 친환경 인증 계란을 구매해온 소비자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부 이모씨(32)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인 만큼 값을 더 주고라도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구매해왔는데, 일반 계란보다도 못한 수준인 것 같다”며 “계란뿐만 아니라 채소 등 전반적인 정부 인증 제도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지인 등을 통해 농가와 직거래를 하거나,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지인을 통해 충남 청원에서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 농가를 소개받았다. 20구에 1만5천원 수준으로 일반 계란에 비해 2배가량 비싼 편이지만,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사진 등을 보고 믿음이 가서 서둘러 구매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모르는 계란을 먹어왔다는 것이 후회된다”며 “이왕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면 아는 사람을 통해 믿을만한 곳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판매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생산자의 사진과 이름, 주소 등 연락처, 적합 판정을 받은 서류 등을 상세하게 올려놓고 있다. 친환경 먹거리 유통업체 초록마을과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등도 고객에게 일일이 검역 결과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 차별화 마케팅에 나섰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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