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1인당 GDP와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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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22면   |  수정 2017-08-18
지역민 삶의 질을 높이려면
국가적 과제를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연결 가능한 미시정책 필요
과감·담대한 변화 시도해야
[경제와 세상] 1인당 GDP와 삶의 질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나의 삶의 질은 만족할 만한가?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아마도 삶의 질 자체가 사회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결과이며 행복을 가늠하는 기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경제적 집중으로 삶의 질의 상대적 저하를 낳기도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어떤 사회는 보통의 경제성장을 통해서도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회에서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서도 이에 상응하는 삶의 질로 전환시키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삶의 질은 전반적으로는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과실은 고루 분배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2006년에서 2015년 사이 10년 동안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9%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경제 규모만큼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제성장과 국민행복 사이의 괴리는 삶의 질 지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삶의 질 지수는 소득·복지·교육·건강·환경 등 12개 영역에서 56개 객관적 지표와 24개의 주관적 지표를 기초로 측정한 것이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삶의 질은 11.8%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같은 기간 1인당 GDP는 28.6% 증가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온전히 국민에게 가지 않은 것이다. 소득만 놓고 봐도 경제 3대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가계만 가난해지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는 3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남겼고, 정부는 예상보다 세금을 10조원이나 더 거두었다. 하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소득격차가 커지고 비정규직 차별은 더 심해져서 양극화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성장이 국민 삶의 질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삶의 질을 지역적인 차원에서 논의해보자. 삶의 질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적·공간적 상대성을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간과 시기에 따라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달라지게 된다. 단순히 경제적 총량지표인 경제성장만으로 다양한 계층의 차별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도시들은 물리적인 부문에 비해 비물리적 부문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며 주변국 주요 도시의 삶의 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의 삶의 질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층별로 다양해지는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역사회적·미시적 조절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적 과제를 지역민들의 일상적 삶과 실질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미시적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과거의 삶의 질은 생존에 필요한 것이 얼마나 잘 충족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면, 오늘날의 삶의 질은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문화생활을 얼마나 향유할 수 있는가, 얼마나 쾌적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제시될 수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존의 발전 전략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특히 삶의 질에 대한 현실적 조건과 사회적 기대의 불일치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골이 깊어질 때 사회적 긴장관계는 엄청난 힘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자유시장경제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 고속성장을 경험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극심한 빈부격차, 갈등, 공동체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무한경쟁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의 확장은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가속화시켰다.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고 담대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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