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의 편익 외면한 대구 저상버스 파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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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23면   |  수정 2017-08-18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가 시내버스 업체들의 편의에 따라 형식적으로 운행된다고 한다. 업체들은 왕복 거리가 짧은 노선에 집중 투입하는 바람에 긴 노선에는 저상버스를 아예 운행하지 않는다. 저상버스가 일반버스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비싼 탓에 감가상각과 운영 경비 부담을 줄이려는 경영논리에 의해 편법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업체들은 장애인의 편익을 도외시하는 저상버스의 이러한 파행 운행을 당장 시정하고, 대구시는 장애인 편의와 승객 수요에 의해 저상버스 투입노선이 재조정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구시는 장애인의 보행 권익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도시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분발하길 바란다.

저상버스의 파행 운행을 대하는 대구시의 소극적 자세는 시급하게 시정돼야 할 문제다. 버스업체들의 저상버스 노선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구시 담당자의 해명은 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저상버스 도입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구시가 노선 결정에 적극 개입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시내버스 업체들의 자율권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강력하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예산 지원을 늘리는 일이 있더라도 장애인의 편의를 우선하도록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대구시의 이러한 수수방관은 장애인 편익을 우선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도 싸다고 하겠다.

저상버스 노선 배정에 경영논리를 앞세우는 시내버스 업체들의 행태 또한 시급히 바뀌어야 마땅하다. 저상버스 운행에 소요되는 경비가 일반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담은 예산 지원 증액 요구 등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해소돼야지 형식적 시늉 운행으로 벌충돼선 안된다. 저상버스 투입이 어려운 노선이 있다는 대구시버스운송조합의 설명도 무슨 오지 노선도 아닌 만큼 석연치 않다. 버스회사들이 운행 수익을 앞세우느라 장애인 등 교통약자 배려를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자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시는 이번 기회에 저상버스 운행지침을 새로이 마련하고 정상 운행을 위해 필요한 제반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2007년 제정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저상버스 운행지침을 빨리 만들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노선별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가 면밀하게 이뤄지도록 할 일이다. 대구시와 버스업체가 손발을 맞춰 수요에 맞춤한 저상버스 운행을 위한 개선책을 한시바삐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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