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체조라도 좋다, ‘나포츠族’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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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33면   |  수정 2017-08-18
■ 건강한 삶을 위한 ‘운동 작심365일’
Night와 Sports 합성어…최근 밤 운동 직장인 급증
2002년 첫걸음 뗀 ‘대구시청마라톤클럽’ 70여 회원
매주 수요일 퇴근 후 신천둔치서 2시간여 함께 뛰어
하루 일과 정리·스트레스 해소·인적교류 효과까지
20170818
지난 9일 저녁 대구시청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도청교 아래 신천둔치에 모여 마라톤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 9일 오후 7시. 대구 도청교 아래 신천둔치에 짧은 바지에 흰색 마라톤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10여분이 지나자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악수와 함께 짧은 인사를 끝내고 곧바로 몸풀기운동에 들어갔다. ‘대구시청마라톤클럽’의 번개모임이다.

대구시청마라톤클럽 박학정 회장의 구령에 맞춰 목부터 팔다리운동까지 10분 정도 몸풀기운동을 한 뒤 세 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뛸 준비를 했다. 곧 “출발”이란 신호가 떨어졌고 맨 앞줄부터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날 모인 이들은 5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는데 결코 적지 않은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가벼웠고 2시간 가까이 달려도 얼굴에 지친 기색을 찾기 힘들었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과 땀으로 인해 몸에 착 달라붙은 마라톤조끼가 그들의 적지 않은 운동시간을 알려줄 뿐이었다. 더운 날씨에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여름에는 이렇게 땀을 쫙 빼고 나면 몸이 훨씬 가뿐하고 기분도 상쾌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보통 2시간 정도 뛴다는 이들은 일주일에 1~2차례 이런 모임을 통해 체력을 단련한다. 큰 마라톤대회가 있으면 한두 달 전부터 합동연습 등을 통해 연습량을 늘리고 체력이 좀 약한 이들은 개별연습도 한다.

대구시청마라톤클럽 박 회장은 “현재 회원 70여명이 활동 중이다. 2002년 4월 창립됐는데 회원이 꾸준히 늘어나 한때는 100여명에 달했다. 그래서 클럽 안에 지부 3개를 만들어 전체 클럽활동과 지부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정기모임 외에 번개모임도 수시로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청마라톤클럽에는 월드컵지부, 신동지부, 수목원지부가 있다. 회원들이 좀 더 쉽게 모여서 연습할 수 있도록 거주하는 곳을 크게 3군데로 나눠 지부를 만들었다. 지부별로 매주 토요일 새벽에 정기모임을 갖고 매주 수요일은 전체 회원이 모이는 수달모임을 저녁시간에 갖고 있다.

“영남일보 취재를 핑계 삼아 오늘도 번개모임을 하는 것”이라는 지창수 부회장은 “2~3일 전에 번개모임 연락이 온 것치고는 많이 모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회원들 간의 단합, 친목도모에도 좋아 마라톤클럽 활동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현대인들에게 운동은 숙제와 같다. 꼭 해야 하지만 결코 쉽게 하기 힘들다. 특히 일상에 쫓겨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운동이 더욱 절실하나 늘 무지개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다. 건강을 위해, 또는 체중 감량을 위해 필요한 운동은 시작하기도 쉽지 않으나 꾸준히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독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미친 듯이 열심히 하고, 어찌 보면 사랑에 빠진 듯이 행복해하며 운동을 하는 이들이다. 마음을 다잡아 먹고 운동을 시작해 작심삼일을 경험해본 이들은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사와 부러움이 절로 터져나올 것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밤거리로 나서 학교 운동장, 공원 등을 달리고 걷는 이들을 보면 이처럼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는 힘과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절로 궁금해진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어려운 고비만 잘 넘겨 습관이 되면 마치 중독된 것처럼 안 하고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걷고 뛰고, 이 운동 저 운동 돌아가면서 운동이 가진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운동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겨주는 것은 물론 클럽활동 등을 통해 사회관계망도 확장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들 중심으로 나포츠(night+sports)족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운동하기 좋은 시간은 바로 하루의 일과를 대충 마무리한 저녁시간이다. 운동을 통해 하루의 일과를 최종 정리하는 것이다. 나포츠족 상당수는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 시작한다. 대구시청마라톤클럽처럼 모임에 가입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혹은 부부끼리 야간운동을 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5월 대구시청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는 김미희 회원은 “친구 2명이 이 클럽에서 마라톤을 하고는 건강이 좋아졌다면서 자꾸 권유를 해 들어왔다. 쉰 살이 다 되어가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해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즐겨 해왔던 산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김준태 회원도 “마라톤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평소 직장에 있으면서도 별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동료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2시간여 마라톤을 한 뒤 국밥 등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마시는 막걸리의 기막힌 맛도 운동을 한 뒤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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