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핫 시즌 핫 포인트’ 포항 양포 여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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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38면   |  수정 2017-08-18
수중여 사이 물골서 벵에돔이 서로 다투듯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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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장기면 계원리 양포등대를 기준으로 그 앞쪽과 양옆 갯바위에 크고 작은 명 포인트가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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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양포등대 앞 여치기로 한 시간 동안 받아낸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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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는 좋은 씨알로 마릿수를 챙길 수 있다는 이승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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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포등대 앞 갯바위 낚시를 위해 배를 타는 계원2리 방파제 옆에 있는 소봉대. 그 앞에 이언적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원래는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영천의 한 소류지에서 붕어 밤낚시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지금 잘 나온다’는 한 마디에 혹해서 찾아갔다. 그만큼 포항 현지꾼 박정훈씨의 조황정보는 솔깃했다. 지난 6월22일, 영천 소류지에서 밤낚시 취재를 마치자마자 포항으로 달렸다. 양포삼거리에서 31번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 작은 출조전문 낚시점(소봉대낚시)에서 또 한 사람의 현지꾼, 이승현씨와 만났다.

영천 붕어 밤낚시 취재 다음날 새벽
“지금 잘 나온다” 한마디에 포항으로
양포등대 앞 갯바위와 거뭇한 수중여
채비 던지는 족족 벵에돔 짜릿한 손맛


◆던지는 족족, 줄줄이 사탕

“어제 큰소리친 게 부담이 됐던지 박정훈씨는 새벽 4시부터 갯바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양포삼거리의 유명한 아귀탕 전문점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우리는 근처 빵집으로 들어갔다. 새벽부터 쫄쫄 굶고 있을 박씨를 위해 빵 몇 개와 음료수, 시원한 물 등을 챙겨 비닐봉지에 담았다.

소봉대낚시 신지훈 대표가 키를 잡은 소봉대호를 타고 5분쯤 북쪽으로 올라가니 양포등대가 보이고, 그 앞 작은 갯바위 위에 박씨가 서 있다.

“큰소리는 쳤는데, 혹시 안 나오면 어쩌나 해서 일찌감치 몇 마리라도 낚아놓으려고….”

애가 쓰이기는 쓰였나 보다. 박씨는 혼자 새벽 갯바위에 올라서 주섬주섬 몇 마리를 쟁여뒀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날은 채비를 던지는 족족 벵에돔이 크릴을 물고 늘어졌다. 낚이는 씨알은 25㎝ 이상 30㎝ 전후급으로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마릿수 입질만큼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오후 4시부터 좀 더 씨알이 굵어질 거예요.”

이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시각 이후부터는 30㎝ 초·중반급까지 씨알이 굵어졌다. 우리가 서 있는 갯바위 앞은 에메랄드빛 바다. 그 속에 거뭇거뭇 수중여가 곳곳에 박혀있다. 그 수중여와 수중여 사이 물골에서 마릿수 벵에돔이 서로 다투듯 입질을 해 대고 있었다.

◆채비 수심 1m 전후…7~8월이 절정

“여기 동해안 벵에돔낚시는 목줄을 길게 쓸 필요가 없어요.”

박씨는 벵에돔낚시의 목줄 정석이라 할 수 있는 4m는 여기서 너무 길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포인트 수심이 깊지 않고, 최근 수온이 오르면서 벵에돔이 표층 쪽으로 많이 올라붙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이날 박씨가 양포 갯바위에서 쓴 목줄은 직결매듭부터 바늘까지 거리가 1~1.5m 정도에 불과했다.

목줄의 길이가 짧으니 채비 정렬이 빠르고 채비의 회전율도 그만큼 높았다. 어쩌면 벵에돔 마릿수 낚시에 최적화된 채비인 셈이다. 여기에 봉돌을 물리지 않고 바늘과 크릴 무게만으로 채비를 내리면서 밑밥과 동조를 시킨다. 이날 혹시나 해서 가져온 빵가루도 전혀 쓸 일이 없었다. 밑밥에 반응하는 잡어가 거의 없었기 때문.

양포등대 주변에는 이런 갯바위가 군데군데 널려있다. 그리고 이 갯바위들은 남해의 그것과는 필드 여건이 다르다. 내륙의 폭염도 여기서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날 포항과 인근 경주 시내는 30℃를 웃도는 한여름 더위가 기세를 떨쳤지만 양포등대 갯바위 주변 기온은 25℃ 전후에 불과했다. 입질이 뜸할 때는 파라솔 하나 펴고 그 밑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금방 땀을 식혀줬다.

양포등대 앞 벵에돔 여치기 시즌은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이고, 7~8월이면 씨알과 마릿수가 절정에 달한다. 11월1일부터는 마을에서 갯바위 하선을 금지시킨다.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미역 채취기간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주 수입원이 미역인 만큼 이 기간에는 꾼들의 갯바위 출입이 통제된다. 아직 시즌은 길게 남아 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 출조 문의= 포항 소봉대낚시 010-6226-3402

◀ 지역명소 ‘소봉대(小峰臺)’

포항 앞바다에 섬이 있었다? 사실이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계원2리 소봉대낚시점에서 방파제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작은 봉우리가 볼록 솟아있다. 작은 봉수대가 있던 섬이라서 붙은 이름이 바로 ‘소봉대(小峰臺)’. 흡사 거북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복귀봉(伏龜峰)’으로도 불린다. 원래는 섬이었으나 방파제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해안 경관이 빼어나서 예로부터 문인들이 많이 찾던 곳으로, 섬 한쪽에 조선 중기의 문인 이언적(李彦迪)의 시를 새긴 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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