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펫택시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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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9   |  발행일 2017-08-19 제23면   |  수정 2017-08-19

옛말에 ‘오뉴월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했다. 농사일을 해야 하는 소, 잡아먹힐 운명의 돼지와는 달리 개는 무더운 여름날 그늘에서 늘어지게 잠만 자도 되는 존재였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시대가 급변한 지금은 더 좋아졌다. 요즘은 이른바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부쩍 늘면서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일부 반려동물 이야기가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개·고양이보고 ‘우리 애기’라고 하고, 주인은 쉽게 개·고양이의 ‘엄마’ ‘아빠’가 된다. 생의 동반 생명체를 존중해주는 것은 좋지만 사람보다 나은 대접에 배알이 꼴리는 지경도 연출되니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의 반려동물 사육가구는 2015년 기준 457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1.8%를 차지한다. 개는 512만 마리, 고양이는 189만 마리로 추산된다. 아직은 개가 고양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런데 고양이 키우는 가구의 증가 속도가 개보다 몇 배 빨라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고양이 수가 앞설 수도 있겠다. 주인이 없으면 개는 낑낑대고 우울증을 앓지만, 고양이는 독립심이 강해 키우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해마다 휴가철에 반복되는 버려지는 반려동물 뉴스도 반려동물의 높아진 위상을 입증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요 근래 서울에서는 반려동물 전용 운송수단인 ‘펫택시(Pet-Taxi)’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택시의 조합으로 이뤄진 운송수단 이름이다. 승용차로 개·고양이를 미용실이나 병원 등의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요금을 받는다. 동물의 주인인 사람은 타든 안 타든 상관없다. 전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이용 요금이 일반택시의 4배 가까이 돼서 논란이다. 일반택시와 동일하게 기본요금은 2㎞까지 적용되는데 펫택시 기본요금은 1만1천원이다. 이후 142m당 100원씩 요금이 올라간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가 ‘자가용 유상운송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어느 법으로도 펫택시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상운송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에 여객을 전제로 한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반려동물 대접이 사람보다 낫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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