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내신 1.3 등급 경상여고 최민영

  • 이효설,황인무
  • |
  • 입력 2017-08-21 07:39  |  수정 2017-08-21 07:40  |  발행일 2017-08-21 제15면
“교과서 정독보다 다독이 효과적…지문·예문 계속 읽다보면 큰 그림 보여”
20170821
대구 경상여고 3학년 최민영양이 지난 9일 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양은 성적만 잘 받는 단순한 우등생이라기보다 배움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차근차근 즐길 줄 아는 보기 드문 학생이었다.
20170821

경상여고 3학년 최민영양(이과 자연과학집중과정)의 공부법은 한마디로 다독(多讀)이다.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며 제 것으로 습득하는 식이다. 정독(精讀)도 검증된 공부법이지만 수험생이 정독만 하다 보면 자칫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다 못보고 시험을 치르는 일도 생긴다는 것을 많은 수험생들은 경험했을 것이다.

다독으로 이룬 성과는 놀랍다. 최양의 현재 전체 내신등급은 1.3등급. 3학년 1학기엔 무려 1등급을 받았다. 더 주목할 것은 1학년 1학기 때 내신 1.8등급을 받은 후 계속 등급이 올랐다는 점이다. 성적 향상의 일등공신은 역시 다독이었다.


▶다독 공부법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저는 한번 꼼꼼하게 정독하는 것보다 다독하는 것이 공부에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내신의 경우 보통 한 달 전쯤 공부를 시작하잖아요. 국어와 영어를 예로 들면, 일주일 동안 시험 범위를 2~3번 정도 읽어요. 이렇게 4주면 적어도 같은 내용을 10번 정도 읽게 되거든요. 처음 한두 번 볼 땐 ‘너무 대강 공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모르는 내용이 줄어들면서 자신감이 붙어요. 한 다섯 번 읽으면 한 문장 읽고 자연스레 다음 문장이 연상되고, 수업시간에 강조한 내용, 잘 안 외워지는 개념 등이 동시에 떠올라요. 이해 안되는 대목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낑낑대는 공부법보다 훨씬 힘도 덜 들어요. 흐름을 쭉 익히며 공부하니까 큰 그림이 보여 의문이 스스로 풀릴 때도 있고요.”

▶전형적인 공부법인 것 같다. 이런 방법을 입시 공부에 적용하긴 쉽지 않은데.

“단순히 ‘시험을 치겠다’ ‘암기를 하겠다’ 이렇게 마음 먹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운다고 마음을 먹어요. 가령, 국어 비문학 지문을 볼 때는 공부라는 생각보다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고 읽어요. 그러니까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흥미롭고 집중하게 돼요. 비문학 문제를 풀 때도 글을 구조화해 줄을 긋고 표시하는 데는 신경쓰지 않아요. 최대한 집중해 읽고, 중요할 것 같은 문장이나 단어에 간략히 표시만 해둡니다.”

▶국어가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비교적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

“어릴 때 독서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읽기에 대한 부담이 적어 그런 것 같아요.”

▶수능 영어를 공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는.

“구문이나 단어 암기에 공부의 목적을 안 둬요. 그보다 모르는 단어나 구문을 보고 뜻을 유추하는 훈련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구문, 문법, 단어 위주로 분석하며 공부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실전에서는 구문을 분석할 시간이 없고,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볼 수도 없잖아요. 뜻을 유추하는 식으로 공부하니까 지문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문제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별로 당황스럽지 않던데요. 물론, 문제를 풀고 나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공부하고요.”

▶영어 단어는 어떻게 외우나요.

“옛날엔 빡빡이 하면서 암기했어요. 이렇게 하면 왠지 열심히 공부한 것 같은 뿌듯함도 있고요. 그런데 안 외워지는 몇몇 단어들은 이렇게 해도 죽어라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모르는 단어가 들어있는 예문을 계속 읽는 방법으로요. 역시 다독이더라고요. 읽다보면 자연스레 외워져요. 잘 까먹지도 않던데요.”

최양은 자신의 취약 과목으로 ‘수학’을 꼽았다. 답안지 안 보고 스스로 푸는 것이 공부법이라고 소개했다. 고교 입학 전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다는 그는 “선행은 수능 성적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학원 진도가 빠른데다 학교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수업 통해 기본개념을 잘 잡으면서 문제풀이에 집중하면 학원 도움 없이도 고득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같은 반 친구나 수학 선생님에게 물어 해결하거나 혼자서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다만, 수능 기출 문제를 잘 활용할 것을 권했다. 되도록이면 3학년 올라가기 전에 다양한 문제 유형을 경험해 보라는 것. 그는 “1~2학년 때 매일 공부 시간의 절반을 수학에 투자했다. 3학년 올라와 처음으로 기출을 접했는데 처음 본 것들이 많아 당황스러웠다. 신유형에 쫄지 않으려면 미리 접해야 실전에서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관리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 묘안은 바로 ‘생각 안하기’. 얼핏 고차원적인 얘기같지만, ‘시험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성적이 안 오르면 목표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식의 잡념들은 수험 생활에 가장 큰 적이다. 우울한 생각에 젖어 책만 펼치고 있다고 공부가 될 리 없다. 최양은 “공부 안되거나 걱정 많은 날은 딱 생각을 접고, 영화 한편 봐요. 읽고 싶었던 책도 보고요. ‘부담 갖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이 말이 진리인 것 같아요. 고3 수험 생활, 즐기진 못하더라도 하다보면 못할 것도 없더라고요.”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