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1등 효과’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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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07:49  |  수정 2017-08-21 07:49  |  발행일 2017-08-21 제18면
“1등 경험후 긍정적 자신감…역경에 굴복않는 끈기 만들어요”
20170821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운동박사! 나 좀 도와줘.’ ‘수학박사! 이 문제 어떻게 풀어?’‘오! 역시 만들기 박사인데.’

예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지도할 때 우리 반 학생들 모두 박사였습니다. 댄스박사, 토론박사, 상식박사 등 자신 있거나 잘하는 것 하나씩 정해 박사라는 명칭을 붙였고, 친구 간 서로를 박사라고 부르며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박사라는 말이 어색했지만 친구가 불러줄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친구에게 인정받을수록 더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거나 좌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힘든 역경과 좌절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되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 한층 더 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성공 또는 성취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을 ‘1등 효과’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1등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한 성취감
자부심·열정갖고 지속적으로 몰입
슬럼프 왔을 때도 이겨내는 원동력



세르비아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는 2010년까지 페더러와 나달에 밀려 만년 3위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에 41연승으로 7개 대회를 우승하면서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고, 이후 5년간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했습니다. 테니스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도, 경기 스타일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었을까요?

바로 2010년 말에 있었던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세르비아가 우승하면서부터입니다. 조코비치는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우승하면서 우승의 참맛을 보았고, 그 우승이 그에게 커다란 동기를 갖게 하였습니다. 연습량을 늘리고 혹독한 훈련을 즐기는 등 정신적으로 한층 강해졌고 시합에 임하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등 효과를 맛본 조코비치는 이전까지 넘을 수 없었던 페더러와 나달의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역전승을 거두는 등 세계 1위 자리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등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출되어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호르몬은 뇌 속에서 도파민 수치를 높여 더 과감해지고 긍정적으로 행동하게 합니다. 페더러·나달과 같은 시대에 운동하게 된 것을 불운하게 생각하던 조코비치도 우승 이후 이들을 만나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공격을 주도하였습니다.

1등을 경험하면 자존심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나는 다르다’라는 최고만의 자존심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으며, 이러한 자존심을 통해 열정이 식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도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코비치 또한 2011년부터 대회 초반 탈락이 없어지고 거의 모든 대회에서 준결승 이상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1등을 하면 끈기가 생깁니다. 이 고비만 넘기게 되면 목표점, 성공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참게 됩니다. 또한 나는 다르다는 최고만의 자존심이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끈기를 만들어 줍니다. 기권 또는 스스로 포기하던 경기가 많았던 조코비치는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 그런 모습은 사라졌고 오히려 페더러와 나달에게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며칠 전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김국영 선수는 우리나라 육상 단거리 최초로 100m 준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하였지만 김국영 선수의 도전과 노력에 많은 국민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김국영 선수는 2010년에 31년간 깨지지 않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였습니다. 그러나 매번 세계대회 예선 탈락,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미흡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신기록 수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4차례 한국신기록 수립 및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최근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9초대 진입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1등 할 수 없습니다. 1등 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1등 효과를 말하는 자체가 자칫 1등 지상주의로 비칠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1등은 정량적 수치 1위, 상대적 꼴찌를 만드는 순위 1위가 아닙니다.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여 성취감 및 자부심을 갖는 성공을 말합니다.

성공 또는 성취의 기쁨은 매우 큽니다. 성공을 맛본 사람은 이 맛을 잊지 못해 또 다시 도전합니다. 또한 성공을 많이 맛볼수록 새로운 목표에 도전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큰 성공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먼저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역을 넓혀가면서 새로운 성공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속담처럼.

신민식<대구학생문화센터 교육연구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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