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계 자존심에 상처입힌 대구문화재단 대표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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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07:53  |  수정 2017-08-21 07:54  |  발행일 2017-08-21 제22면
20170821
심재찬 대구문화재단 대표

대구문화재단 심재찬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심 대표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로, 아직 10개월 정도 남았다.


韓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응모위해
임기 10개월이나 남기고 돌연 辭意
8개월짜리 신임대표 뽑아야 할 판

지역문화 살리겠다는 약속‘헌신짝’
“중앙감투가 그렇게 탐났나” 비판



심 대표는 지난 7월 공모에 들어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 응모를 계기로 ‘짐을 싸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면접심사까지 마친 심 대표는 최종 후보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05년 공식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심 대표는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바 있다.

심 대표는 “서울로 올라와서 일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지원하게 됐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다른 곳에 지원한 만큼 도리상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재단의 수장으로서 심 대표의 선택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대구문화의 싱크탱크이자, 지역 예술인 지원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수장이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서울로 가겠다고 사표를 낸 것은 대구 문화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심 대표는 지난해 전국의 광역문화재단들이 모여 결성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의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중앙에 맞서 지역 문화진흥의 의지를 다졌던 인사가 서울로 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물론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심 대표 역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다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 대구문화재단의 비전과 가치를 너무 쉽게 내팽개친 듯한 인상을 준다. 애당초 심 대표를 발탁한 대구시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 대표가 사퇴하면 새로운 대표를 뽑는 문제도 복잡해진다. 대구문화재단의 정관상 대표 공석이 6개월 이상이면 새 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인사위원회 구성과 대표 모집 공고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심 대표의 사퇴가 이달 내로 처리되더라도 11월은 돼야 새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임기 8개월짜리 대표인 셈이다.

심 대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공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구문화재단 신임 본부장 공채를 진행한 것도 말이 많다. 대구문화재단을 떠나려고 다른 곳에 지원한 심 대표가 무리하게 본부장 공채를 실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새 본부장은 뽑히지 않았지만, 자기 사람을 심어넣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조직 개편상 이루어진 인사 행위”라고 해명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단지 감투가 탐나서 문화기관의 수장을 맡아선 곤란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비전을 펼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지역 문화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심 대표의 행보는 아쉽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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