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안 내는 소속사에…팬 무시하는 아이돌에…‘팬덤’이 뿔났다

  • 이새론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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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  발행일 2017-08-21 제23면   |  수정 2017-08-21

YG 소속 iKON 팬덤 아이코닉
컴백 기약없자 굿즈 불매운동

DC인사이드 ‘슈주 갤러리’
멤버 성민·강인 활동중지 요구

문희준 잦은 거짓말에 팬 원성
장현승 무성의한 활동으로 구설


대중문화계에 팬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상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후원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팬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단체 활동으로 팬덤을 운영해 나가기 때문에 스타나 소속사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은 음악 방송이나 음원 순위 등에서 팬들의 조직적 활동이 필수적이고 주로 수익이 콘서트 수입과 굿즈(기념품)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룹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요즘 기획사에서는 팬덤을 관리하는 팬마스터와 관련 부서를 따로 두고 팬들을 관리하거나 스타들이 팬들을 위한 ‘역조공’의 사례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좋아했던 스타라도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 보이콧을 행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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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iKON
최근 아이돌 그룹 iKON의 팬들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iKON 팬덤 ‘아이코닉’은 YG에서 판매하는 모든 아이콘 굿즈의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데뷔한 iKON의 국내 활동이 국외 활동보다 현저히 적은 것과 더불어 활동 계획의 번복 등이 문제였다. 이들은 YG의 iKON에 대한 처우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YG에 전달했고 소속사는 “iKON 팬덤의 보이콧 선언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양현석 YG대표도 SNS에 “iKON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걱정! 기다리자 9월과 10월…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웃을 그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이코닉은 소속사가 기약없는 컴백 예고로 팬들의 요구를 대충 덮고 넘어가는 등 진정성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코닉은 “YG의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하는 의미로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DVD와 굿즈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이는 수익에만 민감한 YG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내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상 SM·YG·JYP 등 대형 가요기획사의 경우 소속 아이돌 가수가 많아 활동 시기 등을 조정하곤 한다. 팬덤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활동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 저조할 때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소속사에 직접적인 행동을 가하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팬덤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iKON의 사례는 팬덤이 소속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지만 자신이 좋아했던 스타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팬에서 안티팬으로 돌아선 경우가 가장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들은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들의 약점도 잘 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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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성민 
오는 10월 컴백 예정인 인기그룹 슈퍼주니어의 경우 팬들이 멤버인 성민과 강인의 활동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슈퍼주니어 온라인 팬커뮤니티 DC인사이드 ‘슈퍼주니어 갤러리’는 지난 6월 성민의 활동중지 요구 성명서와 함께 그의 퇴출을 의미하는 ‘성민 아웃(SUNGMIN OUT)’이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게재했다.

팬들이 성민의 활동을 보이콧한 이유는 팬들에 대한 그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보이콧 성명서에 따르면 성민은 피드백을 받으려고 했던 팬들의 댓글을 고의적으로 삭제했고 개인 블로그에 ‘한국 팬’이라는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하고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 이후 팬들과 소통이 부족했다. 특히 2014년 콘서트 이틀 뒤 갑작스럽게 뮤지컬 배우 김사은과의 결혼과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팬들의 배신감은 더 커졌다. 성민은 보이콧 한 달 뒤 팬들에게 사과를 담은 입장을 발표하고 SM타운 콘서트는 물론 10월 컴백 앨범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팬들은 음주사고 혐의와 폭행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강인에 대해서도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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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문희준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1세대 아이돌 전성기를 이끌었던 H.O.T 출신 문희준 팬들도 안티팬으로 돌아선 사례다. 팬들은 성명서를 통해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재결합과 관련된 경솔한 언행,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 등을 제시했다. 문희준이 한 아내 소율의 혼전 임신에 대한 거짓말도 팬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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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장현승
보이 그룹 비스트의 전 멤버였던 장현승도 가사 씹기와 안무 대충하기는 물론 인터뷰 중 눈을 감고 졸거나 사진 찍히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의 태도를 보여 팬들의 원성을 샀고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표하며 지지를 철회했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는 올해 20년을 맞았고, 그 뒤에는 강력한 팬덤이 있었다. ‘아이돌 비즈니스’는 결집력 있는 팬덤의 소비로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고 기획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급성장했다. 한국 대중문화가 산업으로서 발전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덕후’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10~20대에 머물렀던 팬덤은 중장년층으로 확대돼고 다양한 직업군이 참여해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팬들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결국 안티를 불러왔다. 팬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없이 팬들을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만 대하는 등 팬들을 무시하는 스타와 소속사의 오만한 행동에 대해서 팬덤이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아이돌 산업은 더욱더 팬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데뷔 때부터 10대들의 대변자로서 동년배의 팬덤을 공략하고 SNS에 직접 자신들의 근황을 올리는 등 팬덤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이 비결로 꼽힌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나 청춘스타의 경우 열애나 결혼 등을 둘러싸고 팬들과 솔직하게 소통하지 못하거나 미성숙한 태도로 실망감을 안겨 팬들의 탈퇴로 이어지고 그룹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제는 팬들이 잘못을 묵과하거나 덮어주지 않기 때문에 외모와 노래와 춤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성숙한 인격과 소통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새론 객원기자 sharonlee1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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