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복지 농장’이 살충제·전염병의 근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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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  발행일 2017-08-21 제31면   |  수정 2017-08-21

정부의 산란계 농장 전수 조사와 계란 안전성 강화 대책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행정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농축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 커졌다. 먹거리 안전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계란 이력추적 관리시스템 조기 도입 △친환경 인증제 개선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의 밀집사육이 지속되는 한 살충제 사용과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 재발 방지를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전수 조사에서 동물복지 농장은 살충제 계란 무풍지대였다. 넓직한 사육공간에선 닭이 흙 목욕을 할 수 있으니 살충제로 진드기를 박멸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밀집사육에선 살충제 분무 외엔 진드기를 막을 대안이 없다.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올 연초 구제역과 AI가 전국의 축산농가를 휩쓸었을 때도 동물복지 농가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운동량이 많아진 닭과 돼지의 면역력이 높아진 까닭이다. 정부도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계란 안전성 강화 대책에 포함시켰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이 빠졌다.

물론 동물복지 농장의 전면 시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일반 농장 계란보다 3~4배 비싸다. 가격도 문제지만 동물복지 농장 전환에 따른 생산 감소도 감당하기 어렵다. 모든 양계장을 ‘케이지 프리(cage free)’로 전환할 경우 계란 생산량이 10분의 1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동물복지 농장이 해법이라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길 외엔 묘안이 없다.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세계 1위 유통업체 미국의 월마트와 3위인 영국의 테스코는 “2025년까지 매장에서 밀집사육 계란을 100%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가 ‘케이지 프리’ 계란 생산을 선도하면서 자연스레 동물복지 농장을 확산시키는 방법이다. 유럽은 계란의 품질을 사육공간 위주로 판단한다. 우리는 친환경 계란도 대부분 밀집사육 생산품이다.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계란 등급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구제역이나 AI가 발호될 때마다 사육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외 없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그리고 다시 살충제 파동에 휩싸였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밀집사육 제로’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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