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이 안전한 나라 대구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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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8   |  발행일 2017-08-28 제30면   |  수정 2017-08-28
[기고] 여성이 안전한 나라 대구서부터
김상운 대구경찰청장

최근 서울의 한 길가에서 술 취한 20대 남성이 여자 친구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얼마 전에는 대구 출신 유명 여배우가 한 남성으로부터 3년간 온라인상 심한 스토킹과 성적모욕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최근 자기 방어능력이 취약한 여성을 상대로 한 데이트폭력·스토킹·사이버성폭력 등 다양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부나 연인 간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영국에서는 ‘클레어 우드’라는 여성이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는 사건을 계기로 2014년부터 여성폭력 범죄경력 공개제도인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미 1994년 관련 개별법을 아우르는 ‘여성폭력대응법(VAWA)’을 제정해 여성폭력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새 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3대 치안 정책을 수립하고, 특히 국민 관심도가 높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7월24일부터 10월31일까지 100일간의 특별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선 몰카 범죄·여성청소년 성매매 등 여름철 급증하는 성범죄를 비롯해 데이트폭력·스토킹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여성폭력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대구시와 협력해 여성범죄 우려지역 내 CCTV를 증설하고, LED보안등과 위치확인 표시판이 설치된 ‘Safe-Zone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성안심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최근 대기업 회장 및 편의점 점주의 직원 성추행이 끊이지 않는 점을 감안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집중 신고기간 운영으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특히 가정폭력이 급증하는 추석 명절에 대비해 각종 폭력 위기가정에 대해 일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심각한 가정폭력 재발우려 시에는 사안에 따라 구속 수사 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아동·노인·장애인 및 청소년에 대한 특별대책도 적시성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대구경찰의 이러한 노력으로 성폭력 미검률, 가정폭력 재범률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약자에 대한 폭력은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 깊은 곳까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정서적 불안감은 물론 우울증, 대인기피 등의 후유증으로 사회와 단절되는 경우도 많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지역의 모든 사회적 약자가 더욱 안전할 수 있도록 경찰의 노력과 함께 대구시민의 인식변화를 통한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진다면 범죄로부터의 체감안전도는 한층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나라의 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국채보상운동을 태동시킨 대구시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는 자랑스러운 대구의 정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운 대구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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