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호강 입 호강’…카페가 된 갤러리·갤러리가 된 카페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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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1   |  발행일 2017-09-01 제33면   |  수정 2017-09-01
■ 복합문화공간 ‘갤러리카페’
예술품 감상·茶 한잔의 휴식 ‘일석이조’
‘도자기 특화’ 송하요카페선 도자 체험도
콘서트·인문학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
20170901
대구시 달서구에서 8월 말 문을 연 도자기전문카페인 ‘송하요카페’. 우상욱 도예가의 작업장인 ‘송하요’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와 차류 판매는 물론 도자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구 달서구 대서초등학교 맞은편에 눈길 끄는 건물이 있다. 얼핏 보면 카페 같기도 한 그 건물은 우상욱 도예가의 ‘송하요’이다. 까만 철제프레임에 큰 유리로 짜여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송하요의 전면 풍경은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커피숍처럼 보인다. 건물 앞에는 꽤 넓은 마당이 있다. 잘 가꿔진 초록빛 잔디가 싱그러움을 준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많이 가봤지만 드물게 세련되고 깔끔한 곳이었다. 송하요의 작품들은 대구신세계백화점에 들어가 있고 지난해 국빈선물용으로 납품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작업실을 보니 그 명성이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우 도예가는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청도나 제주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 2006년 이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도심 속에서나마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고 싶어 마당을 꾸미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런데 송하요의 작업실 옆에 또 다른 공간 하나가 최근 들어섰다. 바로 ‘송하요카페’(070-8712-2000)다. 차를 파는 곳이지만 일반 카페와는 좀 다르다. 카페 안에 도자기를 전시해 놓았다. 전통차를 우려 마시는 다기부터 밥그릇과 국그릇, 수프 접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식기들이 제법 구색을 갖춰 진열돼 있다. 주로 우 도예가와 그의 아내인 민경희 도예가의 작품이다. 우 도예가는 6~7년 전부터 중국에 진출해 여러 번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차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중국차를 중심으로 전통차류도 갖춰놓고 있다.

송하요카페의 민경희 대표는 “송하요의 작품들을 상설전시하고 수시로 기획전을 열어 선후배 도예가들의 작품도 선보이려 한다”며 “도예 전시뿐 아니라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해 도예 인구의 저변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커피, 주스 등 일반 음료를 판매하지만 손님들이 직접 전통차를 우려 마실 수 있게 도자기 차판도 마련해뒀다. 차를 맛보고 차와 다기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도록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체험프로그램은 민 대표가 강사로 나서 교육한다.

우 도예가는 “작가들이 작업에만 매달리다 보니 홍보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송하요를 포함한 도예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송하요카페의 장점은 마당이 넓다는 것이다. 봄이나 가을에 날씨가 좋을 때는 마당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젊은 도예가들의 아트마켓도 열어 전시와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을 ‘카페공화국’이라 할 만큼 주변을 돌아보면 카페가 넘쳐난다.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커피 사랑 덕분에 커피숍에서 사무를 보는 코피스(coffee+office)족, 카페를 도서관처럼 이용하는 카페브러리(cafe+library)족 등 카페에서 파생된 신조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좀 과장되게 말해 한 집 건너 카페라 할 정도로 많고 색다른 커피숍도 잇따르고 있다.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예술인과의 소통공간으로 변모한 갤러리카페가 많다.

처음에는 일반 카페에서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걸어두는 형태였으나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자 아예 카페를 만들 때 갤러리형 카페로 지어서 유명작가들을 초대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나아가 기존 평면회화 위주로 전시하던 데서 벗어나 송하요카페처럼 도예작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특화된 갤러리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의 전시는 전문적인 미술공간, 즉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전시와는 차별화된다. 누구나 즐겨 찾는 카페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맛있는 차를 즐기면서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림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우스콘서트, 인문학 강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곳들도 늘고 있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갤러리카페를 즐겨 찾는다는 정미희씨(38·대구 수성구 황금동)는 “미술작품을 좋아해 가끔 갤러리를 찾는데 카페에서의 그림 감상은 갤러리와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가정에서 작품을 보는 것같이 편안해서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갤러리카페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들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갤러리카페에서 몇 차례 전시를 연 경험이 있는 변미영 화가는 “일반 갤러리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갤러리카페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온다. 그림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그림의 가치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며 “작가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미술애호가들의 층을 넓히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카페가 많아지면서 그 운영 형태도 세분화되고 있다. 카페가 주가 되는 곳과 전시가 주가 되는 곳으로 나뉜다. 대부분은 카페를 기본으로 운영하고 벽면 등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작품을 걸어두지만 송하요카페처럼 작가들이 카페를 열 경우는 갤러리가 좀 더 강화된 형태를 띤다. 섬유미술가이자 컬렉터인 고금화씨가 운영하는 ‘박물관이야기’, 다양한 장르의 청년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문화장’, 봉산문화협회 정제희 회장이 운영하는 ‘카페칼더’ 등이 대표적이다. ☞ W2면에 계속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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