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발레리안: 천 개의 행성·아토믹 블론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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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1   |  발행일 2017-09-01 제42면   |  수정 2017-09-01
하나 그리고 둘

발레리안: 천 개의 행성
“서기 2700년엔…” 뤽 베송표 SF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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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안: 천 개의 행성’(감독 뤽 베송, 이하 ‘발레리안’)은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더티(Space Oddity)’가 흐르는 동안 로켓을 쏘아 올리고, 우주선을 만들어 다른 행성을 오가는 지구인들의 모습이 수세기를 뛰어넘어 묘사되는 가운데 다양한 외계 종족들이 등장한다.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그들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 지구인과 서툴게 악수하며 평화를 약속한다. ‘발레리안’은 그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쫓는 28세기의 특수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다.


코믹북 ‘발레리안과 로렐린’ 원작 본 후 40년 구상
우주모험담으로 수많은 외계인과 오색찬란한 화면
넘치는 이미지와 서사…‘과유불급’ 피로감 유발도



‘발레리안과 로렐린’이라는 전설적인 코믹북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 영화는 두 명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앞세운다. 자유분방하지만 명석한 두뇌 및 타고난 본능으로 미션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발레리안’(데인 드한), 명문대 출신의 상위 1% 에이전트 ‘로렐린’(카라 델러비인)은 완벽한 파트너로서 서로를 보좌하며 거침없이 임무를 수행해 간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 선남선녀의 활약은 화려한 이미지들과 함께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나간다. 이 캐릭터들의 역할은 서사 외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한데, 아직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다른 행성과 종족들이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어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것은 배우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발랄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진 데인 드한과 카라 델러비인의 캐스팅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지구에 없는 이미지들과도 자연스레 뒤섞이는 한편,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내리는 인물들로도 잘 어울린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훌륭한 비주얼, 미래 사회를 예측하게 하는 기상천외한 기구들, 독특하고 신비로운 외계인 캐릭터 등은 ‘발레리안’의 강점이다. ‘반지의 제왕’(감독 피터 잭슨) 시리즈로 유명한 웨타 디지털, 특수 촬영 스튜디오 ILM,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담당했던 로데오 FX 등이 수천 개에 달하는 시각 효과 장면을 만드는 데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약 3년에 걸친 이들의 작업 끝에 신작 블록버스터들이 갖고 있는 한 발 더 나아간 상상력과 그것을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진보된 기술력을 ‘발레리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초반부 진주족들과 그들의 생활상이 담긴 뮐행성 신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부신 해변이나 진주족들의 모습은 자연, 인간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 있어 친숙하면서도 신비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이들이 키우는 애완동물 ‘컨버터’는 이후 우주 분쟁의 중심에 있게 되는데, 당장 한 마리 데려오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 후반부의 중요한 공간 중 하나인 글램 클럽도 인상적이다. 이 또한 현대의 클럽과 유사한 분위기에 다양한 미래적 장치를 가미함으로써 28세기 우주형이 되었는데, 자유자재로 몸을 변신할 수 있는 아티스트 종족, ‘버블’(리한나)까지 합세해 감각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새로운 이미지들과의 접촉은 피로함을 느끼게 만든다. 두 시간 남짓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이 습득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나의 행성, 종족, 도구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또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은 다소 지쳐버리게 되는데, 여기에는 넘치는 서사도 한 몫을 한다. 30년 전 사라진 뮐행성의 마지막 컨버터를 찾아 진주족들을 돕게 되는 중심 플롯에 곁가지가 너저분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원작에 대한 애착이 한 편의 영화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듯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미지와 서사의 과잉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발레리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브웨이’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부터 애니메이션 ‘아더와 미니모이’ 시리즈, ‘더 레이디’ ‘루시’ 등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연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바 있는 뤽 베송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원작 코믹북을 처음 접한 10대 이후 40년간 구상한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장르: SF, 액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아토믹 블론드
냉전시대 베를린서 벌어지는 스파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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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즈 테론’만큼 동시대에 자신의 미모를 넘어서려 노력했던 여배우가 있던가. 모 향수 광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몸을 가졌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멜로드라마의 비중이 적은 것은 그녀가 다양한 장르를 선택함으로써 늘 변신을 시도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블 퀸’으로 출연했던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감독 루퍼트 샌더스)이 설파하는바 아름다움의 위험성을 일찌감치 간파했거나 그녀를 연기파 배우로서 각인시킨 ‘몬스터’(감독 패티 젠킨스)의 교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토믹 블론드’(감독 데이빗 레이치)는 2015년 개봉해 관객과 평단 양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에 이어 그녀를 독보적인 여배우로 만들어줄 액션 영화다.


그래픽 노블 ‘콜디스트 시티’ 원작을 스크린에
데이빗 레이치 감독·샤를리즈 테론 합작 액션물
실제 같은 1980년대 분위기·롱테이크 액션신 압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 베를린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스파이들이 모여 있었다. ‘로레인’(샤를리즈 테론)은 각국의 스파이 명단을 입수하고 이중 스파이를 찾는 임무를 수행하는 M16 최고의 요원으로서 배신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베를린으로 급파된다. 그래픽 노블 ‘콜디스트 시티’를 원작으로 한 내러티브도 안정적이고 인물들 관계의 변화나 스파이게임도 흥미롭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스턴트 전문가 출신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과 샤를리즈 테론이 합작한 액션 신이다. 특히 건물 안에서 10분간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은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감탄을 자아낸다. 액션 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감각적 자극을 두루 경험하게 하는 명장면이다.

그 밖에 제임스 맥어보이, 소피아 부텔라 등 다른 배우들의 매력도 느낄 수 있으며, 세트, 소품, 의상까지 잘 조화되어 1980년대 베를린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웰메이드한 작품이다. (장르: 액션,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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