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0대 여성들 ‘한문 삼매경’…현풍향교 명륜학당 큰 호응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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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6   |  발행일 2017-09-06 제14면   |  수정 2017-09-06
50∼70대 여성들 ‘한문 삼매경’…현풍향교 명륜학당 큰 호응
현풍향교 유림회관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이 채근담을 공부하고 있다.

“세월은 원래 길 건만 바쁜 사람은 스스로가 재촉하고 하늘과 땅은 본래 넓은데 천한 자는 스스로 좁힌다….” ‘빨리빨리’가 일상화되면서 민족성의 일부로까지 자리 잡은 가운데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채근담(菜根譚)’의 한 구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느림의 여유로 늦깎이 공부에 여념이 없는 50~70대 주부들이 ‘열공’을 하고 있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막바지 더위의 끝자락이 만만치는 않지만 강의실은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다.

대구 현풍향교(전교 김상화) 유림회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이고 여성유도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 중인 ‘현풍향교 명륜학당 한문반’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3년 5월에 개설된 한문반은 전통문화와 예절이 녹아 있고 선현들의 지혜와 덕을 되새김할 수 있는 명심보감과 사자소학을 이수하고 지금은 채근담 고전에 푹 빠져 있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 홍자성이 저술한 책이다. 전·후집 359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집에서는 현실의 삶에 체험을 통한 지혜를 제시하고, 후집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벗하며 천박함을 잃지 않는 보편적인 인생 지침서다. 채근이란 나뭇잎이나 풀뿌리처럼 변변치 않는 음식을 달게 여기며 유교·불교·도교의 사상을 융합해 교훈을 주는 가르침으로 꾸며져 있다. 수강생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2시간 동안 강의를 통해 자기수양과 교양을 닦고 있다.

개설 당시부터 자원봉사로 열정을 지속하고 있는 박대흠 지도강사(70)는 계명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풍고에서 국어교사로 30년 재직하다 교감으로 퇴임했다. 현풍향교 교화장으로 있으면서 한문강사로 재능봉사하고 있다. 자비로 교재와 필기도구 등을 제공하며 강의를 통해 한자의 원리와 자획부수 및 음과 훈을 가르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만 배우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고 강조하는 박대흠 지도강사는 “배움에 강박관념을 가지면 학문에 금방 싫증을 낼 수 있으니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강의를 듣고, 잊어버려도 또 들으며 배움에 즐거움을 느끼면 인생 노정도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라고 느긋함을 보이기도 했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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