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누가 예술종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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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7   |  발행일 2017-09-07 제30면   |  수정 2017-09-07
존중의 태도가 없기 때문에
예술종사자 노동가치 무시
모든 예술종사자의 행위는
청년들이 도전해도 좋을
직업으로 대우받아야 마땅
[여성칼럼] 누가 예술종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가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문화·예술’을 하나의 자산이나 생산의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창조의 동력이자 필수 자산으로서 예술가를 중심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술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문화적인 ‘사건’을 함께 누리도록 하는 데에는 많은 관련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다. 예술이라는 사건이 독특한 문화의 지도를 그려내고, 그것이 한 도심의 부동 및 유동의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즉 ‘굴뚝 없는 공장’의 톱니바퀴로 돌아가게 하는 데에는 많은 관련 종사자들의 참여와 노동이 따른다. 일을 기획하고, 기획이 구체화되도록 돕는 많은 전문 스태프, 해당분야 연구자와 행정가, 예산담당자, 수많은 홍보방식을 운용·개발하는 홍보 담당자, 해설과 체험 등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가 필요하다. 하나의 창작물이 보기 좋게 펼쳐지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밥상’에는 많은 관련자들의 노력이 함께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이 모두는 하나의 현대적인 직업군으로서 모두 정당한 일자리로 존중받아야 마땅할 뿐 아니라 도시재생과 관련된 우리 시대의 어젠다 속에서 적극 장려할 필요도 있다. 이들 모두를 예술종사자라고 부르고 싶고, 가치공유와 가치분배서비스 직종이라 말하고 싶다. 또 미래의 중요 일자리로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종사자들을 하나의 직업인으로 정당하게 대접하는 태도와 방안에 대해 환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매우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어떤 기관이 전문가에게 기획의 도움을 요청하고선 행사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도움을 요청한 측에서 그 일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작은 기획이든 큰 기획이든 간에 기획일은 물리적인 시간이나 비용의 문제에 쫓기지 않고 일을 구체화시키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손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바로 옆에서 언제든지 상의하고 확인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기동성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위 ‘해 본 사람’이 다른 ‘해 본 사람’에게 부조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효과를 주며, 안정적으로 일이 수행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방식 자체가 선진적인 문화예술계 생태계의 고리를 이룬다. 그래서 기획 일을 맡았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획물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함께 이끌어 갈 파트너를 찾아내는 것이다.

파트너와의 조합에서 비용문제는 사실상 둘째다. 비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비용도 중요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존중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마치 일이 아닌 것처럼 백안시하며 심정적으로 강요된 재능기부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마땅한 일로 여겨서 비용도 기꺼이 치를 만하다는 공감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존중과 공감의 태도를 갖춘 토대 위에서 형편에 따라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조정되고 재능기부도 이루어지는 것인데, 애초에 존중의 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무응답이나 ‘일 아닌 일’로 처리해버려 여타 예술종사자들의 노동의 가치 자체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노하우를 토대로 일을 하는 경우, 해당 당사자 자신이 일이라고 하기에는 미미하겠지만 다른 분야의 누군가는 이 일을 매우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필요와 가치의 인정이 어긋나는 행태는 굳이 예를 들자면,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해주십사 요청을 하고는 행사를 마치고 지휘자를 유령 취급한 것이라고 할까. 이 기회에 모든 예술종사자들의 행위가 하나의 직무로서 청년들이 도전해도 좋을 직업으로 예술종사자들에 대한 인식을 환기했으면 한다. 가치 공유와 가치 분배 서비스 직종이야말로 미래의 주요 직업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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