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성주 가야산 역사신화 공원·야생화 식물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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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36면   |  수정 2017-09-08
걸음마다 책장 넘기듯 펼쳐지는 가야산 神話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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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 없는 신화 테마관의 그림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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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역사신화 공원의 테마관. 가야산과 가야산의 신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곳이며 오는 15일 정식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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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테마관으로 오르는 계단실. 상아덤으로 오르는 길이다.
가야산 백운동에는 가야산의 신화를 이야기해 주는 공간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귀에 들리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곳이다. 또한 그곳에는 가야산의 생명들을 알려주는 공간이 있다. 이 커다란 산을 이루는 작은 것들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다. 이들은 영원히 지속되는 시간을 지키고 보살피는 공간들이다.

역사신화공원 지하1층 ‘가야산 테마관’
내부 숲 거닐며 산 속속들이 아는 재미
1층 ‘신화관’선 가야산신 정견모주 얘기
관객 움직임 따라 반응하는 구름과 영상

오른쪽 숲 지나면 원통형 야생화식물원
슬로프 따라 오른 2층엔 숲 체험실 등
온실에는 난대성 자생 117종 8천여본
옥상 야생화학습관은 산 자락과 연결


◆ 가야산 역사 신화 공원

로비에 있는 평면도를 본다. 달걀 같은 타원형이다. 당연히 지상 1층인 줄 알았는데 지금 이곳이 지하 1층이란다. 안내부스를 지나 첫 번째 테마관으로 들어선다. ‘가야를 품은 가야산, 신화의 산을 오르다’라는 주제로 꾸며진 ‘가야산 테마관’이다. 입구 벽면에 가야산이 힘찬 붓놀림으로 그려져 있다. 가야산 속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숲이다. 동틀 무렵의 회색빛 안개 스민 가야산의 숲이다. 유동성 있는 투명한 막에 수목들의 사진을 프린트해 곳곳에 드리워 놓았을 뿐인데, 이 단순한 방법의 효과는 대단히 크고 신비롭다. 숲을 거닐며 가야산을 속속들이 알아간다. 신화가 깃든 가야산 정상에 대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수많은 전설들에 대해서, 가야산을 이야기하는 옛 기록들과 가야의 건국신화를. 첨단 장비들을 통해 가야산의 사계를 보고, 역사를 듣고, 정교한 모형들을 통해 가야산의 생명들을 만난다.

숲을 빠져 나와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켜켜이 높이 매달린 하늘하늘한 하늘색 천을 통과해 맑게 퍼진다. 너무나 부드럽고 화사한 현혹이다. 특별한 곳으로 초대되어 가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 1층은 신화 테마관으로 가야산신인 정견모주의 이야기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문을 헤치면, 아름다운 숲속 길이 열려 있다. 정견모주가 살았다는 가야산 ‘상아덤’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야산 만물상으로 올라가는 중앙 능선의 끝 지점이 상아덤 봉우리다. ‘상아’는 여신을 뜻하고 ‘덤’은 바위를 의미한다. 즉 ‘상아덤’은 ‘여신이 사는 바위’다. 정견모주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품을 지닌 여신이었다 한다. 그녀는 상아덤에 살면서 붉은색 불로초를 한 손에 쥐고 호랑이를 타고 가야산을 거닐며 백성들을 보살폈고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밤낮없이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기도에 감복한 천신 ‘이비가지’는 오색구름을 타고, 정견모주는 상아덤 꽃가마를 타고 가야산 정상에서 혼례를 올렸다. 오색구름 신혼 방에서 머지않아 두 아들이 태어났다. 첫째는 아버지 천신을 닮아 해와 같이 얼굴이 둥글고 빛난다 하여 ‘뇌질주일’이라 했다. 그가 대가야의 ‘이진아시왕’이다. 둘째는 어머니 산신을 닮아 얼굴이 하늘색같이 푸르다 하여 ‘뇌질청예’라 했다. 그는 금관가야의 ‘수로왕’이다.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듯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허공에 손을 흔들면 바람이 불어 구름이 걷힌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소리가 반응하고, 잡히지 않는 영상이 떠오른다. 만져지지 않는 형상, 꿈같은 영상이다. 상영관에서는 ‘정견모주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어두운 상영관 가운데에 맑은 구슬로 형상화된 정견모주가 서 있다. 의자에 앉으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봄날의 수채화 같은 영상이다. 화면에서 눈을 못 떼는 여자아이의 눈동자에 내 눈도 소녀 적의 그것처럼 착해진다.

테마관 로비 천장에 오색구름이 걸려 있다. 천신이 타고 내려온 구름이자 그들의 신혼 방. 가만 들여다보면 그들이 보일까.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테마관 왼쪽 숲속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정견모주의 길, 천신의 길, 오색꽃수레길, 가야숲길 등이 이어져 있다. 길은 지면에서 살짝 떠서 나무들을 요리조리 피해 쓱쓱 나아간다. 가야산 테마관처럼. 산책로를 거닐면 구름을 탄 듯 나무들 사이를 부유한다. 정견모주처럼.

◆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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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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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온실. 잉어 연못을 중심으로 난대성 기후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야생화 117종 8천여본이 숨 쉬는 곳이다.


역사신화 테마관에서 오른쪽 숲을 통과해 몇 채의 가겟집을 지나면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이 있다. 성주군에서 조성한 군립 식물원으로 가야산에서 자라는 수많은 야생화와 나무, 동물, 식물, 곤충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운데 원통형의 로비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체험실, 왼쪽은 전시실이다. “화살표 따라 가세요.”

전시실로 들어선다. 1층에는 야생화와 나무 이야기, 가야산에 살고 있는 황조롱이의 생태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가야산의 야생화 등이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다. 할미꽃의 전설을 이야기해주는 영상관이 있고, 가야산의 식생도와 등산로, 성주의 주요 관광지도 소개되어 있다. 슬로프를 따라 2층으로 오르면 고생대의 식물과 양치류의 화석들, 식물 표본들, 숲 체험실 등을 만난다. 야생화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플라토리움을 지나 곤충과 희귀 나비 표본이 걸려 있는 좁은 복도를 통과하면 온실에 닿는다. 난대성 기후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야생화 117종 8천여본이 숨 쉬는 곳이다. 전혀 덥지 않다. 어쩐지 숨 쉬지 않아도 살 것 같은 공기다. 온실 너머에는 꽃차 가게가 있다. 야생화로 만든 꽃차 80여종을 전시 판매하고 있고 무료로 맛볼 수도 있다.

전시관의 옥상은 야생화 학습관이다. 옥상은 식물원의 뒤쪽 가야산 자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산에는 국화정원, 가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정원, 여러해살이 풀꽃들의 정원 등이 조심스레 조성되어 있다. 뱀과 벌을 조심하라는 푯말에 살짝 오싹했지만 금세 잊어버린다. 청량한 공기와 감미로운 향기만이 가득하다. 산길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식물원의 둥근 로비 옥상이다. 한가운데에 가야산 만물상이 작은 크기로 재현되어 있다. 만물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우쭐하다. 가장자리는 전망대다. 가야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을 땐 대구까지 보인다고 한다. 바로 저기에 대구가 보인다. 갑자기 물안개가 쏴 뿜어져 흩어진다. 약인가? “아니야. 안개야. 사람들 좋으라고.” 미니 만물상에 안개가 서린다. 이런 귀여움이라니!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12번 대구광주고속도로 해인사IC로 나간다. 해인사 방향으로 가다 가야면사무소 지나 야천삼거리에서 우회전해 59번 국도 성주 방면으로 가면 된다. 가야산 역사신화 테마관은 현재 임시 개관 중으로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정식 개관은 오는 15일경이며 개관 이후 관람료는 성인 2천원, 청소년 및 군인 1천500원, 어린이 1천원이다. 야생화 식물원 입장료는 성인 1천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만 6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은 무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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