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단양팔경’ 옥순·구담봉과 청풍문화재단지, 청풍호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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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37면   |  수정 2017-09-08
배는 미끄러지듯 단원·겸재의 산수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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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봉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산과 청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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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봉으로 가는 아름다운 암릉의 트레킹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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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로 가는 유람선에서 본 옥순봉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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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문화재단지에 있는 옛적 연자방아의 정겨운 광경.

억겁의 비바람으로 만들어진 비경이다. 옥순봉에 다가갈수록 그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된다. 청풍호반에 어리는 산수의 경관은 금수강산의 진수를 보여준다. 기이하게 솟은 봉우리와 태고의 침묵을 간직한 암릉, 산세의 흐름이 다양하고 굴곡이 부드럽다. 그 경탄할 호수경치와 물에 비치는 산의 실루엣은 마치 모천회귀의 은어 비늘처럼 간간이 눈부시다. 보면 볼수록 흰색과 푸른색 바위들이 대나무 죽순같이 솟아있는 듯했고, 산봉우리는 천연의 옥 같다 하여 옥순봉이라 하였다. 단애절벽과 기암괴석은 아찔하면서도, 남한강의 지류인 청풍호와 어우러져 고고한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명승 제48호이기도 한 옥순봉(286m) 정상에 선다. 옥순봉의 산군이 기기묘묘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하였다니, 과연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경이다.

아주 정감이 가는 암반에는 붉은 껍질의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절묘하게 자라 신비한 경관을 출연한다. 묵은 체증까지 씻은 듯이 내려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해방감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 저 아득한 내면으로부터 무언가 꾸역꾸역 올라와 ‘아’ 하는 감탄사로 터져나왔다.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다시 한번 사방을 둘러본다. 마음은 하늘을 날고, 무지 아름다운 산야를 달리고, 남한강 푸른 물에 자맥질도 한다. 정상 바로 아래 다른 가지를 열고 돌출되어 있는 암릉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진다. 남한강의 청풍호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온전히 드러낸다. 저 강은 천지창조하는 날부터 흘렀을까. 저 강은 우주의 비밀을 다 알고 있을까. 강물은 내 눈 속으로 흐르고, 내 심장의 박동이 되어 시간 따라 흘러간다.

옥순봉 주변의 강선대와 이조대가 마주 보며, 기암경관의 매력을 발산한다. 1871년(고종 8)에 발간한 충청도 도지 ‘호서읍지’에 의하면, 조선의 관기 두향이 퇴계 이황을 그리면서 강선대 아래 초막을 짓고 살다가 죽으면서 이곳에 묻어달라는 유언대로 장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옥순봉은 원래 제천의 땅이었다. 1549년 단양 현감으로 부임한 퇴계 이황에게, 관기 두향이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비단에 수놓은 것 같은 옥순봉 경치에 매료된 퇴계 이황이 청풍부사에게 간청하였으나, 이를 허락지 않자 퇴계 이황은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겼다. 이리하여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는 영혼에 새로움을 준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나의 영혼에 안착한다. 이제 저 밖의 황홀한 경치가 나의 내면에서 창조적인 힘으로 불끈 영감을 휘두른다. 그리고 영혼의 빈틈을 메우고 영혼을 자연과 접속시킨다.

산봉우리가 천연 玉 같다는 ‘옥순봉’
퇴계-두향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다
청풍호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자태

거북이 뭍으로 올라가는 형상 ‘구담봉’
제비봉·장회나루 오가는 유람선 여행
이황 ‘中 소상팔경보다 낫다’극찬 풍광

수몰지 유적 이전 복원 청풍문화재단지
망월산성 주변은 가벼운 트레킹에 최적
해발373m 정상 망월루‘환상의 뷰포인트’


◆구담봉의 비경과 금수강산을 느끼는 산수 경관

되돌아 나온다. 입구 계란재에서 오면 만나는 삼거리 여기가 옥순봉 구담봉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구담봉으로 향한다. 한 고비 내리막길을 걷고 다시 쇠줄을 잡고 올라 구담봉(330m) 정상에 선다. 역시 남한강의 깎아지른 듯한 단애의 장엄한 기암괴석이, 마치 거북을 닮아 구봉이라 하였다. 명승 제46호이기도 한 구담봉은 저 유장하게 흐르는 남한강의 물을 배경으로 커다란 거북이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형상으로 비친다. 그래서 구담이다. 건너편 말목산과 가은산 그리고 더 높게 금수산의 수려한 정경과 대비를 이루며 아주 멀리까지 산악의 비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감흥을 더하는 다채로움으로 돋보인다. 가깝게 제비봉과 장회나루에 유람선이 오락가락하는 여행의 낭만이 경탄을 자아낸다. 신선한 공기와 파란 하늘, 기암괴석의 첨봉과 남한강의 미려한 자태의 복합적인 경관은 우리나라 산수 경관 중 가장 빼어난 곳이라 할 수 있다. 구담봉의 풍경을 두고,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 없다”고 극찬한 퇴계 이황의 표현은 그렇게 지나친 것이 아니다. 이쯤이면 산수경관이 신비한 상상으로, 꿈으로 장자의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자연은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살아가는 데 의미를 만든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와 출발지인 계란재에 도착하여 버스에 승차, 여기서 30분 거리인 청풍문화재단지로 향한다.

◆청풍문화재단지 탐방

남한강을 막은 충주댐이 탄생하면서 청풍호 주위 수몰지역의 문화유적을 1983년부터 3년간 현재 위치에 이전 복원해 청풍문화재단지를 조성했다. 원래 청풍지역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문물이 번성했던 곳으로 많은 문화유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서 볼 수 있도록 단지를 조성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것이다. 입구 팔영루로 들어간다. 팔영루는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으로 조선 숙종 28년(1702) 부사 이기홍이 창건하고 남덕문이라 한 것을 고종 7년(1870)에 부사 이직현이 중수하였다. 그리고 고종 때 부사 민치상이 청풍명월의 8경을 시제로 한 팔영시가 있어 팔영루라 불렀다. 관람 순서는 연자방아 제천 지곡리, 후산리, 도화리 고가를 둘러보고 고인돌 군, 한벽루 금병헌 관수정을 본다. 도중에 ‘호랑이와 김중명’의 입체 조각 앞에 서서 글을 읽는다. “청풍김씨 김중명은 인조 을유년에 무과에 올라 선전관에 발탁되었는데 과거에 급제한 후 부친 산소 성묫길에 묘 뒤에 숨어있던 큰 범을 만나게 되었다. 따라온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중명이 말에서 내려 고함을 지르며 곧장 나아가 발로 호랑이를 차서 죽여버리니 그 용맹에 탄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출저 매산집) 이어서 망월산성 망월루에 올라 사방을 살핀다. 망월산(373m)의 정상부에 쌓은 망월산성은 삼국사기에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사열산성을 더 늘려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 그 이전인 삼국시대에 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곳은 문화재단지 입구에서 망월산 정상까지 500m에 위치해 망월산성 주변을 산책하며 주변경관을 조망할 수 있어 가벼운 트레킹코스로 최적지이다. 정상의 전망대인 망월루에 오른다. 불과 373m의 높이인데 그 조망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육지의 다도해를 볼 수 있다는 비봉산 관광 모노레일은 말할 것도 없고, 아스라이 월악산, 금수산 금월봉 동산, 그리고 청풍호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은 분명 환상의 뷰 포인트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고 마음에 구멍이 뚫리면서 관악기로 공명되어,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다운 바람소리가 되어 저 허공으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렇게 나는 사라지고, 시간의 영원한 흐름에 단지 한 순간으로만 방점을 찍는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스케줄인 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맑은 물 푸른 숲이 사람과 하나가 되는 청풍호의 유람선에 승선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호수는 푸르고 단애의 기암괴석이 사열하고 있는 아름다운 협곡으로 배는 떠난다. 하늘의 흰 구름이 물에 잠겨 돛대가 되고, 사람들은 강바람과 선상 유람에 취해 몽롱하다.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으로 배는 미끄러지듯이 간다. 약 50분간의 시간이 지나고 유람선은 장회나루에 도착한다. 오늘 하루는 구경하는 것을 넘어, 내 생의 순간순간이 영원으로 흘러가는 영성의 하루였다.

글=김찬일<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대구힐링트레킹 사무국장>

☞ 여행정보

▶트레킹코스: 계란재-삼거리-옥순봉-삼거리-구담봉, 청풍문화재단지로 이동 관람-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장회나루

▶내비게이션 주소: 장회나루(충북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산13-23), 청풍문화재단지(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또는 물태리 산6-20)

▶주위 볼거리: 정방사, 월악산, 능강계곡, 용하구곡, 송계계곡, 탁사정,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의림지, 점말동굴, 신륵사

▶문의: 장회 유람선 선착장 (043)421-8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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