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만의 별미 <상>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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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40면   |  수정 2017-09-08
막창구이·닭똥집튀김·곱창주먹시전골…주당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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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주먹시전골(영남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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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전통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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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복주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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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튀김(타이타닉)


대구는 전통음식보다는 경북의 음식문화와 융합된 형태의 독특한 자생적 음식문화가 자리 잡았다. 특히 6·25전쟁 때 피란민이 내려놓고 간 각종 식문화가 토박이들의 식문화와 융복합된다. 그중 대표적인 게 대구 ‘따로국밥’이다. 이는 육개장과 구별되는 장터국밥, 주막국밥, 그리고 대구식 육개장의 결합물이랄 수 있다. 얼큰하고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기질답게 각종 술안주 요리가 특화된다.

대구의 맛. 은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하얀 도화지에 빨간 크레용으로 칠한 듯 ‘임팩트’가 있다. 중독성도 강하다. 한여름의 태양과도 같은 매력이 있다.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맛들이다. 2회에 걸쳐 대구밖에 없는 독특한 먹거리를 소개한다.


대구 최초로 홍창을 숯불에 구워낸 복주막창
된장소스와 환상조합…식어도 노글노글 별미

채 썬 고구마와 함께 튀겨서 나오는 닭똥집
튀김의 바삭함 속 젤리같은 사근사근함 매력

쫄깃한 곱창주먹시전골은 끓일수록 진면목
튀김 띄운 콩국과 토스트…식사·해장으로 ‘딱’


◆막창(복주막창)

대구 주당들의 밤. 자욱한 연기를 뿜으면서 굽는 막창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은 주로 돼지막창을 먹는다. 막창과 곱창의 고향은 대구다. 주당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막창은 원래는 ‘소막창’을 일컬었다. 소의 항문에서 40㎝ 정도의 길이를 가진 부위다. 큰창자의 끝부분이라 막창이라 불렸고 이후 대구에선 최고의 술안주로 팔리기 시작했다. 일명 ‘기름 막창’이다. 소스도 지금과 같은 된장소스에 적셔 먹었다.

대구에서 막창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 그 이전인 60년대 말에 황금막창 등이 ‘연탄불막창시대’를 연다. 소의 첫 번째 위인 양구이와 곁들여내는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불로 구운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고급요리점에서나 요정의 술안주로 가끔 나왔지만 대구의 대표 먹거리는 아니었다.

복주막창. 이 집은 대구 최초로 아기 볼처럼 매끈한 분홍색의 홍창을 숯불에 구워냈다. 질긴 것보다는 꼬들꼬들하다는 느낌이 더 든다. 초벌해서 낸다. 잘 익은 계란 반숙처럼 노릇노릇하게, 서너 번 만에 씹어 삼킬 정도로 굽는다. 걸쭉한 된장소스에 쪽파, 채 썬 마늘과 청양고추 등을 듬뿍 넣어 된장소스를 완성한다. 푹 잠기게 적셔 먹거나 깻잎에 싸먹어야 막창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막창구이가 술안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술 한 잔을 곁들이다가 이야기가 길어져 식어도 괜찮다. 다시 익히면 다른 고기처럼 뻣뻣함이 없이 노글노글해진 상태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구 명륜로 23길 101. (053)422-5821

◆닭똥집튀김(타이타닉)

탱글하고 쫄깃한 닭모이집. 이걸 대구사람들은 ‘닭똥집’이라고 한다.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치킨처럼 튀김·양념·간장똥집 등으로 나눠진다. 이젠 양념반 튀김반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이전까지만 해도 포장마차 단골메뉴인 닭똥집은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게 고작이었다.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1972년 무렵 인력시장이 형성되면서 활성화된다. ‘삼아통닭’이 이 골목의 리더. 그날 일자리를 못구한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그 당시만 해도 닭튀김 가격의 10분 1밖에 되지 않는 똥집 튀김을 소주안주로 내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게 된다. 이후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근 경북대 학생들까지 가세한다. 한 집 두 집 늘기 시작하면서 대구의 명물거리인 닭똥집골목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은 30여 집이 성업 중이다.

닭똥집은 닭의 위와 이어진 근위를 말한다. 닭은 이빨이 없기 때문에 단단한 먹이는 모래주머니에서 분쇄되어 소화가 된다. 지방이 거의 없고 근육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맛이 담백하다.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향미가 있다. 금방 잡은 닭의 싱싱한 분홍빛의 모래주머니는 생으로 참기름을 넣은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기도 한다. 닭똥집의 속껍질 말린 것은 유용한 한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닭고기 속의 금’이라고 해서 ‘계내금(鷄內金)’이라 불렸다.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작용을 돕는다. 설사를 멈추게도 한다. 밤에 오줌을 찔끔거리는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닭똥집은 닭고기 맛과는 전혀 다른 맛. 씹히는 느낌도 다르다. 주문과 동시에 반으로 자른 뒤 채 썬 고구마와 함께 튀겨 나오는 닭똥집은 튀김 특유의 바삭함이 있으면서 속은 젤리 같이 사근사근 씹힌다.

닭똥집요리도 진화를 거듭하여 프라이드는 기본이고 양념똥집, 양념에 마늘을 넣은 마늘똥집, 간장 똥집, 채소와 양념에 무쳐내는 야채똥집, 누드똥집, 허니버터똥집 등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동구 아양로 9길 3. (053)954-2802

◆곱창주먹시전골(영남식당)

곱창·대창전골은 어디에나 있다. 주먹시가 들어가는 전골은 대구에만 있다. 주먹시는 ‘토시살’이다. 소 한 마리에 주먹만큼만 나온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 600g 정도 나오는 귀한 부위다. 지방이 없어 고소함은 적다. 쫄깃쫄깃하고 무뚝뚝한 맛이다. 여기에 곱이 꽉 차 씹을수록 고소한 곱창과 꼬들거리고 부드러운 대창을 넣는다. 얼큰하게 끓여낸다. 찌개보다도 적게 국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그 위에 버섯과 쑥갓 등을 잔뜩 올려 즉석에서 끓인다. 끓이면 끓일수록 양념이 촉촉하게 배어든다. 그래서 진한 맛이다.

서구 중리동 곱창골목 안에 있는 ‘영남식당’에 와서 곱창과 대창 그리고 주먹시를 거느리고 한 잔한다. 남은 국물에 김가루, 잘게 썬 김치, 무채와 상추를 넣어 밥을 비벼 마무리한다. 이 집은 밑반찬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집에서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낸다. 별미는 단연 사시사철 내는 진한 멸치젓갈로 담근 부추김치다. 칼칼한 맛이 제법이다. 물김치는 입 속에 남은 기름을 개운하게 날려준다.

중리동 곱창골목은 대구 도축장이 달서구 성당동에서 1981년 중리동으로 이전하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번듯한 건물에서 영업을 하지만 그때만 해도 중리못을 중심으로 못가로 포장마차가 들어선 형태였다. 1984년 도축장이 북구 검단동으로 이전되었지만 아직까지 30여개 업소가 영업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서구 평리로 35길 28-8. (053)555-0933

◆콩국(전통콩국)

맑고 사골육수처럼 뽀얀 빛깔의 콩국물. 거기에 긴 꽈배기도넛 같은 튀김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콩국 위에 동동 띄운다. 꼭 튀김을 올린 콘프레이크 같달까. 먹을 때 설탕을 조금 넣어 달달하게 먹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 단골은 소금을 넣어 짭짤하게 먹는다.

대구식 콩국은 담백하다. 찹쌀떡 같은 것도 넣지 않는다. 다른 재료가 많아지면 국물맛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콩을 골라 씻은 후 하루 정도 불린다. 삶은 다음 걸쭉하게 간 콩국 물에는 콩가루, 달걀노른자, 땅콩, 들깨, 참깨 등 1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콩국 맛의 핵심은 찹쌀과 밀가루 2종류의 도넛 같은 튀김이다. 16℃ 정도의 온도로 반죽해서 하루 넘게 숙성시켜 즉석에서 튀겨 콩국물에 넣어준다. 튀김은 먹는 내내 눅눅함이 없다. 토스트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나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구 택시기사와 경찰 등 야간에 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기 야식이었다. 지금은 아이는 물론 학생한테도 인기가 있다. 대구의 콩국은 중국에서 아침식사로 많이 먹는 ‘또우지앙’과 비슷하다. 중국인은 ‘요우티아오’란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길쭉한 모양의 튀김으로 만들어 또우지앙에 적셔 먹는다. 진하고 유달리 고소한 대구식 콩국과는 구별이 되는 맛이다. 넉넉하고 익숙한 맛이라 먹는 내내 위가 편안하다. 요즘 인근 몇몇 콩국집도 경쟁하고 있다. 젊은 층의 입맛을 대폭 반영한 덕분에 콩국도 진화 중이다. 양배추와 케첩, 마요네즈, 계란프라이도 곁들여진다. 중구 명덕로 173. (053)257-9915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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