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2.0]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과 이상호 감독의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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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43면   |  수정 2017-09-08
해직도 진실·정의를 좇는 그들을 막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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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7일 개봉한 최승호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영화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에 공영방송 KBS와 MBC가 처참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마 저 정도일 줄 몰랐다는 탄식이 나올 만큼 믿기 힘든 사건들이 이어진다. ‘점령’ ‘반격’ ‘기레기’로 이어지는 구성은 “다큐멘터리는 재미없고 무겁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부순다. 최 감독의 역동적인 취재방식과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전개에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을 쫓아가 집요하게 날리는 질문에 따라오는 반응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경호원을 앞세워 도망을 치거나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는 그들을 보노라면 참담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영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수많은 공범자들을 만든 주범이라 단정한다. 그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비극을 만들었고,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초래한 것 아닌가. 이 주범과 공범자들에 맞서 저항한 공영방송의 소속 기자와 PD, 내부 구성원들의 모습을 공들여 보여주는 영화는 왜 9년 동안 권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는가하는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킨다. 그들은 꾸준히 싸우고 있었다. ‘공범자들’은 ‘자백’에 이은 최승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자백’은 2016년 11월 개봉해 14만3천944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지난 8월30일 개봉한 이상호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 영화는 1996년 1월6일 세상을 떠난 가객 김광석의 변사사건에 처음부터 의문을 던지며 죽음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하나둘 풀어낸다. 이 감독은 김광석 사망 당시 MBC 사건기자로 현장 취재를 시작한 이래 20여년에 걸쳐 끈질긴 추적을 거듭한다. 1988년 데뷔한 이래 그룹 ‘동물원’과 여러 장의 솔로 앨범을 통해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같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 이야기를 이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소개한다. 이어 2012년 tvN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 이 감독이 게스트로 출연해 김광석 변사사건에 대한 취재 배경을 알리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이 감독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 믿는다. 사법적 공소시효는 끝났을지라도 언론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김광석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취재 도중 물난리를 당해 그간 취재한 노트와 테이프들이 망가지는 일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광석의 생전 노트들도 처음 공개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광석의 아버지, 어머니의 생전 인터뷰와 형, 누나들의 억울함에 찬 목소리는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프로파일러, 법의학자, 심리부검전문가 같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팩트에 객관성도 더했다. ‘김광석’은 ‘다이빙벨’에 이은 이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은 5만288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PD·기자 출신 두 영화감독 다큐 화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외친 ‘공범자들’
MBC·KBS 총파업으로 이어져 관심
김광석 변사사건 진실 파헤친 ‘김광석’
의문사 공소시효 폐지 ‘김광석법’ 견인
스크린 밖 현실의 변화 이끌어내 눈길



최승호와 이상호, 잘 알려진 것처럼 이들은 처음부터 감독이 아니었다. 최 감독은 1986년 MBC에 입사해 ‘경찰청 사람들’ ‘PD수첩’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한 프로듀서였다.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과 4대강 사업 같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PD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피디였다. 그렇지만 김재철 당시 MBC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으로 2012년 해고됐다. 이 감독은 1995년 MBC에 입사해 ‘시사매거진 2580’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같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탐사전문기자로 활동했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보도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의 선고 유예를 받기도 했다. 이후 보도국에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자회사에 파견돼 ‘손바닥뉴스’를 진행하지만 이마저도 폐지당하고 광고영업부로 발령받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명예훼손과 품위유지 위반으로 2013년 해고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해고 이후 최 감독은 ‘뉴스타파’에서, 이 감독은 ‘고발뉴스’에서 언론인의 역할을 이어간다.

이들의 수난은 영화로도 이어진다. ‘공범자들’은 개봉 전 MBC 전현직 임원들로부터 영화상영금지가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공범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화가 표현하는 내용을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신청을 기각했다. ‘김광석’ 역시 자살을 타살로 뒤집을 만큼 파급력이 큰 의혹을 담고 있어 김광석 아내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제기되면 상영이 중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영화가 스크린 밖을 벗어나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공범자들’은 KBS와 MBC의 총파업을, ‘김광석’은 ‘김광석법’을 견인하고 있다. ‘김광석법’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할 만한 중대한 단서가 발견돼 진실규명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사건에 한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MBC와 KBS 사장은 여전히 물러나지 않고 있고, 김광석의 아내 역시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도가니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은 최근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절절히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언제나 똑같은 원칙이 보였다. 그것은 그나마 진실이 모두를 덜 다치게 한다는 것. 진실이 우리를 해칠 것 같고, 바르게 얘기하면 고통을 받을 테니 숨겨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진실만이 우리를 가장 덜 다치게 할 수 있다.” 지금 관객들은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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