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 동네 원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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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08:03  |  수정 2017-09-12 08:03  |  발행일 2017-09-12 제25면
[문화산책] 우리 동네 원탁회의

“성서의 마을 사람들이여, 많이들 놀러오세요.” ‘성서지역을 바꾸는 오만가지 상상-머물러 살고 싶은 10년 후 우리 마을’이라는 다소 긴 주제목과 부제가 붙은 행사가 21일 오후 7시에 성서에 있는 AW호텔 6층에서 열린다. 대구시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이렇게 대놓고 광고하는 이유는 우리 동네 성서에서 원탁회의란 걸 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대구시 원탁회의는 대구시 전체 의제를 다뤘는데 이번 2017년 제2회 대구시민원탁회의는 지역을 찾아 원탁회의를 개최한다. 그 첫 지역으로 성서가 선정된 것이다.

원탁이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은 사각테이블과 달리 상석이라는 게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탁회의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게 그 본래적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내가 낸 세금으로 대구시에서 내가 사는 마을이야기를 ‘마구 마구’ 이야기하라고 장을 만들어주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우리가 언제 청소년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한공간에 둘러 앉아 내가 사는 동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 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대등하게 말이다.

청소년의 이야기가 어리다고 무시되지 않고, 어눌하게 이야기해도 제지당하지 않고, 평소 말이 많은 사람은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래서 원탁회의는 과정자체가 민주시민으로서 훈련의 장이 아닐까 한다.

이런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자리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에 성서에서 치러지는 동네 원탁회의는 개최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성서라는 동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지역주민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런저런 문제들이 제기되고 그 문제들의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그 문제들 중 가장 첫째 이슈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

이 토론의 과정은 일방적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숙의 민주주의의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저절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함께 머물고 싶은 공동체의식이 없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원탁회의의 토론 과정이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이길 바란다. 정수경<성서공동체 F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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