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강치야 놀자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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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  발행일 2017-09-12 제30면   |  수정 2017-09-12
독도 우리땅 명백하지만
日 영유권침탈 주장 지속
독도에 강치가 돌아오면
단순 생태 복원이 아니라
영유권 강화 큰 역할할 듯
[화요진단] 강치야 놀자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지난 9일 제7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수상자들과 함께 독도를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독도경비대는 독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괭이갈매기는 일행들을 반겼다. 독도에 입도하는 행운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탓일까 독도 입도가 가능하다는 선장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처음 독도에 왔다는 일행 중 한 명이 이런말을 했다. “독도는 더 이상 우리 국토의 막내가 아니라 우리 국토를 든든히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독도를 실제 보면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애국심이 절로 생겨난다니 맞는 말이다.

독도는 분명 우리땅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독도영유권 침탈 행위 역시 계속될 것이다.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서도 어김없이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벌써 13년째다. 이같은 일본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경북도)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는 면피성 습관적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실효적 지배 강화 방안으로 시설물 확충 방안 못지않게 독도 생태 복원 사업이 중요하다. 그중 가장 의미있는 일로 독도 강치(바다사자) 복원 사업을 들 수 있다.

강치는 1972년까지는 독도에서 확인됐지만, 1975년 이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 어부들의 무분별한 남획이 강치의 주요 멸종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일왕 일가도 강치 멸종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문길 전 부산외대 교수가 발견한 문서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어부들이 강치 수백마리를 포획해 이를 일왕 일가에 진상했다고 한다.

강치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오랫동안 독도의 주인이었고, 상징물과 같은 존재다. 최근 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 한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강치 넥타이를 착용해 온라인 상에 큰 화제를 끌었다.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독도 후원을 위해 강치 팔찌를 제작했다. 독도의 처참한 현장을 떠나 멀리 도망갔던 강치가 독도로 다시 돌아온다는 동화(독도에서 개굴개굴)도 출간됐다. 이러한 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강치 복원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한때 강치복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야무야 상태다. 강치는 이미 멸종됐고, 유사한 외래종을 도입해 독도에 방사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복원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물론 멸종된 강치를 동종으로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어도 안된다. 유사 종을 도입해 독도 주변에 방사해 정착시키는 것도 강치 복원 사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한 연구원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갈라파고스 바다사자, 강치는 조상이 같고, 특히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강치의 사촌 정도는 된다. 미국측에서도 강치 복원사업을 추진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강치 복원사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부담스럽다면 강치 복원사업을 경북도에 일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치 조형물은 독도가 아닌 울릉도에 있다. 독도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이유로 환경부가 조형물 설치를 불허한 탓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200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인도네시아와 영토 분쟁 중이던 시파단 섬을 말레이시아 영토로 판결했다. 말레이시아가 이 섬의 바다거북 보호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것을 높이 사서다. 섬의 생물 보호·복원 노력이 영유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독도 강치 복원 사업은 단순한 생태 복원 사업이 아니다. 우리땅 독도를 지키려는 온 국민의 염원이기도 하다. 독도 바다에 강치가 돌아오는 날, 독도에 대한 영유권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강치가 독도 바다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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