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와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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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3 07:44  |  수정 2017-09-13 07:44  |  발행일 2017-09-13 제23면
[문화산책] 영화와 다큐멘터리

일상을 관조하는 작품부터 사회 현상을 치밀하게 다룬 작품까지. 현재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는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극영화에서 차마 표현하지 못한 날선 ‘사실’까지 담으면서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인식 자체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큐멘터리는 관습적으로 극영화와는 별개로 여겨지며, 작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그 어원으로부터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순수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다큐멘터리의 단편적인 면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결국 이야기이다. 극영화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허구적 내러티브에 속하는 반면, 다큐멘터리는 실존인물과 장소, 실제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극영화처럼 작가나 감독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사실적 내러티브’에 속한다. 다시 말하자면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건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창작자의 방향대로 재구성해 만들어낸 한 편의 이야기이자 영화이다.

다큐멘터리가 순수한 기록물에 가까워야 한다는 착한 ‘오해’는 그것의 출발점인 ‘사실’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가 흩어져 있는 실제 사건을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엮는 것이듯, 다큐멘터리 또한 작가, 감독의 의도에 따라 실제 사건을 편집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본질을 잃는다기보다는 오히려 다큐멘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더 가까워 보인다. 작가의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사실은 그저 시간의 무질서한 부산물일 뿐이다.

물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남아 있다. 작가의 의도에 지나치게 욕심을 낸 나머지 사실 자체를 허위로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비단 다큐멘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며, 오히려 그러한 우려로 관객들이 다큐멘터리의 창작 과정에 반감을 가지고 다큐멘터리 영화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도덕적 해이를 행하지 않은 이상, 작가의 개입과 관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극영화와 같이 작가가 이야기에 얼마나 관여했는가를 기준으로 다양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은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넓은 세계를 인정하면서, 사실과 창작자의 관계에 대해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그저 한 명의 창작자이자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나갈 뿐이다. 김현정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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