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나이 차 대학 동아리 선후배 한무대에 선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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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3   |  발행일 2017-09-13 제23면   |  수정 2017-09-13
계명극예술硏 창단 45주년 기념
15∼17일 대명캠퍼스 노천극장
계유정난 소재 연극‘태’선보여
20170913
계명극예술연구회 45주년 기념 공연 ‘태’의 공연을 앞두고 계명극예술연구회와 극단 1972의 배우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계명극예술연구회 제공>

지난 5일 오후 8시 대구 남구 대명동 우전소극장. 소극장 문을 열기도 전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극장 안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계명대 연극 동아리 ‘계명극예술연구회’와 계명극예술연구회 출신 졸업생이 모인 ‘극단 1972’의 단원들이다. 극단 1972 단원들은 모두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퇴근 후 짬짬이 시간을 내고 있다. 매년 꾸준히 공연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3개월 전부터 맹연습에 들어갔다.

계명극예술연구회는 창단 45주년 기념 공연으로 연극 ‘태’를 오는 15~17일 오후 8시 계명대 대명캠퍼스 노천극장 무대에 올린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노천극장 공연은 계명극예술연구회의 정기 행사다.

이들의 공연은 여러면에서 눈길을 끈다. 프로 극단도 쉽게 하지 않는 노천극장 공연이 두드러진다. 계명대 노천극장은 2천~3천석 규모. 공연장에 맞게 배우들의 감정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고 음향 설비 때문에 제작비도 2배 이상 투입된다. 이번 공연에는 재학생, 졸업생뿐만 아니라 졸업생의 자녀 2명도 출연한다. 제작비도 일부 후원받은 금액 외에는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극작가 오태석이 쓴 ‘태’는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현대 희곡 중 손꼽히는 명작으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독특한 묘미가 있다. 45주년 기념공연 제작위원장 장송식씨(57)는 “노천극장에서 공연하기에 맞고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태’를 선택했다. 배우들의 역량이 최고점에 올랐다고 봤고,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명극예술연구회는 1985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 당시 참여했던 3명의 졸업생이 참여한다. 1985년에 이어 이번에도 세조를 연기하는 윤근태씨(56)는 “당시 25세였는데, 이제는 세조와 비슷한 나이대가 됐다. 30년도 더 된 일이어서 다른 기억은 없지만, 작품이 좋았다는 느낌은 있어서 다시 공연을 잘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15학번 이화랑씨(22)는 “연극을 많이 해보신 선배들과 함께 하니까 우리끼리 할 때 잘되지 않던 부분이 해결되는 것도 있어서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극예술연구회는 영남대 천마극단과 함께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을 여럿 배출한 대학 연극 동아리이기도 하다. 이 동아리 출신인 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프로듀서로,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는 연출, TBN 교통방송 진행자인 손현주씨는 배우로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이철우 대표와 손현주씨는 부부이기도 하다. 동아리 지도교수를 30년 동안 맡았던 원명수 전 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퇴직 후 극단 1972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원 예술감독은 “전국적으로 이렇게 졸업생들이 꾸준히 공연을 해오고 있는 연극 동아리는 드물다. 연극은 집단 예술이어서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시간적·금전적으로 희생을 해가면서 이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석 3만원. (053)762-0000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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