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로 개방한 주민센터…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았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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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4 07:32  |  수정 2017-09-14 07:33  |  발행일 2017-09-14 제6면
대구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 우수사례
20170914
대구 북구 침산3동은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으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감체험 침산3동 놀토 놀이터’를 열고 있다. 놀토 놀이터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한 우수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12일 오후 2시 침산3동 주민센터 앞에서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물총을 쏘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공동체디자인연구소 제공>

대도시 주택가에 사는 아이들 대부분은 집 밖에서 ‘놀 만한 장소’가 없다. 흙장난을 할 수 있는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바뀌거나 녹슨 채 방치됐다. 그나마 남아 있는 놀이터는 틀에 박힌 놀이기구로 채운 곳이 대부분이다. 10세가 넘으면 놀이터는 유치하고 지루한 곳이 돼 버린다. 일찍부터 입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쉴 틈 없이 학원을 다녀야 하는 탓에 놀이터에는 같이 놀 친구들도 없는 게 현실이다. 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신나게 놀 곳이 없는 셈이다. 아이들이 뛰고, 숨고, 찾고, 오르고, 내리고, 매달리면서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잊힌 골목놀이로 인성교육해요”

지난달 12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침산3동주민센터 앞. 물에 흠뻑 젖은 청소년 50여명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정해진 공간 안에서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던지며 즐거워했다. 놀이시설이 아닌 곳에서 불편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뛰놀았다. 엄마들은 이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오감체험 놀토 놀이터 큰 호응
입소문에 참가인원 5배 늘어

공동체디자인연구소가 설계
참가마을 19개서 53개로 증가
아침밥먹기 캠페인 등 활동도



이날 2시간 정도 진행된 물놀이는 ‘오감체험 침산3동 놀토 놀이터’라는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의 하나였다.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은 어린이들이 마을의 공동체로 바람직하게 성장하도록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참여하는 학생 주도형 사업으로 올해로 시행 3년째다.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위원들은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다.

놀토 놀이터는 지난 4월에 처음 시작됐다.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사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관계를 배우고 사회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자는 엄마들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에 참여한 침산3동은 아이들이 탁 트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던 중 주민센터의 동의를 얻어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주차장과 센터 앞 광장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놀토 놀이터의 프로그램은 비석치기와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 전래놀이로 짰다. 컴퓨터·스마트폰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이들이 친구와 손잡고 눈을 맞추는 놀이를 체험함으로써 협동·배려 등 감성과 인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의 호응도는 높았다. 10명에 불과하던 놀토 놀이터 참가 어린이는 5개월 만에 50명으로 늘어났다. 입소문이 나면서 참가자가 5배나 증가한 것.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 정호연씨(여·39)는 “스마트폰 게임에만 빠져 있던 아이들이 주말마다 주민센터에서 신나게 노는 걸 보니 흐뭇하다”며 “특별하고 거창한 놀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북구지역의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을 돕는 청소년지도사 류은석씨(여·43)는 “놀이에 참여한 아이들이 또래 친구와 협력하는 등 인성이 좋아지는 효과를 봤다.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줘도 그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하고 안전하게 논다”면서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 시행 첫해에는 북구 오봉산에서 메이크업 교실과 클라이밍 등 가족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때보다 참여도나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19개 마을서 53개 마을로 퍼져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이 대구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15년 19개 마을에서 시작한 사업은 이듬해 38개 마을로 늘더니 올해에는 53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2025년쯤에는 대구 모든 마을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동마다 주민 15~20명으로 꾸려진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주도하고, 구별로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해주는 청소년지도사 1~2명을 배치해 사업 내용 개발, 운영 등을 전담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와 대구시가 함께 주민참여를 통한 자치모델로 설계했다.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을의 인적·물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각 마을의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달성군 논공읍은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 형성으로 교육나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는 특성을 살려 지난 6월 마을잔치를 열었다. 호응도는 높았다. 당초 60명으로 계획됐던 행사는 신청이 크게 늘어 참가자가 1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구 평리6동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 등 총 2개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주먹밥을 나눠주면서 인사 나누기 등의 캠페인도 함께 진행 중이다. 달서구 용산1동은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세대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세대 통합을 위해 풍물놀이를 대응방안으로 삼았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풍물패들이 어린이 강습에 나서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달성군 가창면과 동구 안심1동, 북구 동천동은 진로직업체험활동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구 평리3동·비산1동, 남구 봉덕3동, 동구 효목1동은 나눔과 봉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은 청소년들이 마을 안에서 상상하고 어른들과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전국 최초의 생활 속 진로사업이다. 이는 최근 문재인정부에서 기존 읍·면·동 주민센터를 공공서비스 혁신 플랫폼으로 삼는 것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11일 주민센터 활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주민자치 확대를 통한 국정참여 실질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역의 읍·면·동으로 이전하는 지방분권의 필요성, 민관이 협력하는 지역 복지 생태계의 구축 필요성이 추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계영 공동체디자인연구소 사무국장은 “경쟁 일변도의 한국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한다.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은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어떤 교육혁신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답”이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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