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레짐 체인지

  • 박규완
  • |
  • 입력 2017-09-14   |  발행일 2017-09-14 제31면   |  수정 2017-09-14

사담 후세인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1998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가능했을까. 이라크가 핵무기와 미사일로 미국과 주변 국가들을 위협했는데도 ‘사막의 여우’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이 가능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어쨌거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는 핵 개발을 중단한 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후세인과 카다피의 말로를 꿰뚫고 있는 김정은이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생명줄인 핵을 놓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살아 있는 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을 손에 쥔 지금 상황에선 동결은 의미가 없다. 북한의 핵능력 파괴는 미국의 군사공격으로만 가능하지만 그 희생이 너무 크다. 우리로선 피해야 할 옵션이다.

이 지점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론이 등장한다. 핵 전력의 남북 간 비대칭을 대칭으로 바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자는 주장이다. 우리에겐 축적된 원전 기술이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고 우라늄 농축도 가능하다. 화급하면 6개월 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다만 미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마침 전술핵 한국 재배치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을 트럼프가 검토했다고 미 NBC 방송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핵 옵션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비친 것이다. 시진핑에겐 한·일 핵무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왕 핵으로 해법을 찾을 거면 전술핵 재배치보단 핵무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 중국 압박 효과가 크고 더 자주적이기 때문이다.

군사공격에 비하면 ‘레짐 체인지’ 전략은 훨씬 현실적이다. 정보기관을 동원한 김정은 참수작전이 이에 해당한다. 군부 반란이나 민중 봉기를 촉발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확률은 그리 높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미션도 아니다. 왜 많은 로마 황제들이 암살당했을까. 근위병이 철옹성같이 호위해도 ‘민심의 칼’을 온전히 막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 등장했던 로마 17대 황제 코모두스도 최측근에 의해 살해됐다. 암살당한 황제는 대부분 압정(壓政)을 일삼고 측근을 무자비하게 죽인 폭군이었다. 김정은과 닮은꼴이다. 북한 민중과 권력 핵심부의 역심(逆心)을 자극할 방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규완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