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 낯선 것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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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07:51  |  수정 2017-09-15 07:51  |  발행일 2017-09-15 제19면
[문화산책] 여행, 낯선 것들과의 만남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익숙했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식, 침대, 가족 등을 내려놓고 비행기에 오른 순간, 우리의 일상은 서바이벌이 되고, 입는 것부터 자는 곳까지 온통 ‘낯설고 불편한 것들’과의 전쟁인 것이다.

처음 인도를 여행할 당시 맨밥과 커리만으로 일주일을 버텨낸 적이 있다. 평소 편식이 심한 나에게 인도의 향신료는 고문이었다. 칼칼한 라면 한 대접과 김치가 그리워 죽겠는 마당에 꼬릿한 냄새가 나는 커리라니. 일주일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다 보니 그 냄새만 맡아도 입맛이 뚝 떨어졌고, 커리 특유의 색만 봐도 속이 메슥거리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인도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밥 먹기’를 포기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닐 바에야 아예 먹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 후 배가 고프면 물과 과일을 먹었고, 기운이 떨어질 때면 코코넛 라시(인도 정통의 요거트 음료)를 한 잔 하면서 버텼다.

그렇게 여행을 지속해나가던 어느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을 만났다. 홀로 여행 중이던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봉지에서 음식을 꺼내 내밀었다. “오다가 도사(dosa)를 좀 샀는데 꽤 맛있더라고요. 좀 드셔보세요.” 나는 커리가 잔뜩 들어있을 것이 분명한 그 음식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마지못해 받아 들었다. 온 마음을 다해 ‘아, 먹기 싫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건넨 음식은 분명 커리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심지어 매운맛까지 적당히 있어 몇 입 먹어도 물리지가 않았다. 나는 “어떻게 인도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죠?”라고 감탄했다. 그러자 내 말을 듣던 그녀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 맛있는 거 엄청 많지 않아요? 지역마다 커리 맛도 다 다르던데요?”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일주일 도전해보고 지레 ‘인도음식 먹기’를 포기해버린 내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알고 보면 커리가 다 같은 것도 아니고, 인도 음식도 모두 같은 맛이 나는 게 아닌데 내게 익숙한 것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너무 일찍 여행에서 ‘인도 음식’을 배제시켜버린 것만 같아서 후회가 밀려왔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적응해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너무 이른 ‘포기’는 결국 나의 시야를 좁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차단한다. 그러니 기왕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조금은 마음을 열고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라 조언을 해본다. 어차피 여행이란 건, ‘일상과 다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현지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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