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日 에깅의 거장’ 야마다 히로히토의 한 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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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38면   |  수정 2017-09-15
“에깅 할 때는 머리로 물속 상황을 그려보라”
20170915
야마다 히로히토 에깅 명인이 포항 장길리 갯바위에서 낚아 올린 무늬오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일본 에깅의 거장, 살아있는 에깅 전설, 야마다 히로히토 명인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월26일 야마다 명인과 함께 한국의 에깅 필드를 찾아 나섰다.

오후 3시30분, 우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포항시 구룡포읍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낚시꾼들에게 보릿돌 갯바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철 시즌에 맞는 다양한 어종이 마릿수 입질을 하는 포항 바다낚시의 명 포인트.

야마다 명인이 보릿돌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난간에 기대어 몇 번 채비를 던져본다. 물이 지나치게 맑다. 3호 에기를 가라앉히자 호기심 많은 무늬오징어 치어들이 모여드는 게 보인다. 이건 뭐, 어제 막 알에서 깬 놈들이다. 에기를 따라 오기만 할 뿐 선뜻 촉수를 뻗지는 못한다.

보릿돌 다리를 건너 도착한 ‘안 보릿돌’ 갯바위는 이미 포인트마다 찌낚시꾼들이 전을 펴고 있다. 우리가 낚시를 할 만한 곳이 없다. 이날 포인트 가이드를 맡은 포항 현지꾼 이영수씨가 필드 이동을 제안한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장길리 갯바위. 포항 모포낚시점(054-284-4459)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야트막한 야산을 넘어 장길방파제 맞은편 갯바위에 올랐다. 야마다 명인은 북쪽, 보릿돌 다리를 보고 힘껏 채비를 날린다. 바람 가르는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휘두르는 데도 꽤 멀리 에기가 날아간다.

“대부분의 에깅 동호인들이 채비를 날릴 때 보면 휙휙 소리가 요란하지요. 낚싯대가 허공을 가르면서 내는 소린데요, 그런 식의 캐스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야마다 명인은 낚싯대의 탄성을 최대로 이용하면서 에기의 무게로 부드럽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항 바다낚시 명포인트 보릿돌 갯바위
지난달 야마다 명인과 구룡포 장길리行

복합낚시공원서 다리 건너니 안 보릿돌
‘선점’찌낚시꾼에 밀려 장길리 갯바위로
낚싯대 탄성 이용한 부드러운 캐스팅에
4호 에기로 포인트 밖 무늬오징어도 유혹



◆4호 에기를 꺼내는 이유는

자연색 계열의 3호 에기를 몇 차례 날려 물 속 상황을 읽던 야마다 명인이 테클박스에서 돌연 화려한 오렌지색 4호 에기를 꺼낸다. 나는 ‘4호 에기는 너무 크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은 무늬오징어 시즌 초반이다. 잘해야 낚이는 건 600g 전후 씨알이 고작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야마다의 4호 에기는 당연하게도 좀 전 3호 에기보다 훨씬 멀리 날아간다. 에기를 완전히 바닥에 가라앉힌 야마다 명인이 저킹을 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큰 폭으로 액션을 준다. 그리고는 바로 채비 회수. 다시 좀 전에 사용하던 자연색 계열의 3호 에기로 교체한다.

역시 부드럽게 날아가는 에기. 서너 번의 저킹과 스테이의 반복. 그리고 순간적으로 하늘로 향하는 초릿대.

“히트!”

야마다 명인이 나에게 보여준 첫 번째 무늬오징어는 이렇게 낚였다.

“맨 처음 여기서 3호 에기로 몇 번 캐스팅했을 때 미세하지만 입질을 느꼈어요.”

야마다 명인은 이때 ‘여기에 분명히 무늬오징어가 있다’고 확신을 했다. 다만 그 무리가 멀리 맞은편 방파제쪽에 몰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무늬오징어들에게 ‘여기 먹잇감이 있다’는 강한 어필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화려한 오렌지 색깔의 4호 에기였다.

◆무늬오징어낚시에도 미인계가 필요

야마다 명인은 좀 더 크고 화려한 에기를 멀리 던져 강한 저킹으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무늬오징어 무리를 유혹한 것이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한 에기는 포인트 범위 밖에 머물던 무늬오징어들을 꼬드기기에 충분했다. 4호 오렌지색 에기의 역할은 일종의 ‘미인계’인 셈이었다.

오렌지색 4호 에기의 미모에 홀린 무늬오징어들이 야마다 명인의 포인트 범위로 몰려들었고, 야마다 명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3호 에기를 던져 보란 듯이 입질을 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야마다 명인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3호 에기로 두 번의 입질을 더 받았고, 모두 랜딩으로 연결해냈다. 이때가 오후 5시.

해질 무렵 피딩타임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좀 더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야마다 명인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초저녁 피딩 때 마릿수 확률이 높긴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이보다 더 굵은 씨알이 낚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야마다 히로히토의 에깅론

우리는 이날 낚시를 마친 후 장길리 낚시공원 입구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주문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그와 에깅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마다 명인은 올해 한국나이로 쉰. 본격적으로 에깅을 하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였다고 한다.

▶한국의 에깅 마니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에깅의 스킬이 있다면 한두 가지만 말해 달라.

“많은 필드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낚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에깅 역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은 여러 마리를 낚아봐야 한다. 한 필드에서 한 가지 색상의 에기가 잘 먹힌다고 해서 그것만 고집해서는 발전이 더디다. 비록 입질 빈도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크기의 에기로 공략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무늬오징어의 습성파악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에깅을 할 때는 머릿속으로 물속 상황을 이미지화하는 게 중요하다. 캐스팅을 한 후 에기가 수면에 닿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거다. 자유낙하(프리폴링)에서 입질이 없다면 일부터 낚싯줄에 텐션을 주면서 커브폴링도 해보라. 이런 여러 상황을 이미지화하면서 낚시를 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입질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기가 바닥에 닿아야 하나.

“에기를 바닥에 안착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밑걸림이 심하거나 바닥 장애물이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기로 바닥을 찍어라’는 건 무늬오징어가 있을 만한 곳까지 에기를 내려 보낸다는 뜻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즉 밑걸림이 심한 곳에서 무리하게 에기를 바닥까지 내려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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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리 복합낚시공원에 놓인 보릿돌교. 이 다리와 연결된 갯바위가 안 보릿돌, 좀 더 먼 바다 쪽에 떨어져 있는 갯바위가 바깥 보릿돌이다.

보릿돌 갯바위

뭍에서 200m 떨어진 장길리의 독립여
2012년 다리 놓이며 포항 명물 재탄생
2개 편평한 갯바위…안·바깥 보릿돌
봄 벵에돔·겨울 학꽁치 등 사철 손맛


보릿돌은 포항시 구룡포읍 장길리에 있는, 뭍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독립 여의 이름이다. 동해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두 개의 편평한 갯바위다. 그런데 왜 하필 갯바위 이름이 보릿돌일까.

여기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보릿돌에 해산물이 워낙 많아 보릿돌에만 가면 보릿고개를 면할 수 있다’고 해서 보릿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섬 두 개가 각자 따로 떨어져 있다’는 뜻에서 보릿돌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름의 유래야 어찌 됐든 간에 이 일대는 조류소통이 좋아서 사철 시즌에 맞는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초겨울(11~12월)에는 마릿수 감성돔이 입질을 하고, 봄 시즌에는 벵에돔도 잘 낚인다. 특히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학꽁치낚시를 즐기는 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 바로 보릿돌 갯바위다. 2012년 마을(장길리)과 보릿돌을 연결하는 다리(보릿돌교)가 놓이면서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지금은 1년 내내 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리와 연결된 갯바위는 안 보릿돌, 그 앞에 따로 떨어져 있는 갯바위는 바깥 보릿돌이라고 부른다.

보릿돌이 있는 장길리 마을 북쪽 언덕이 동해로 뻗어 나와 작은 반도 모양을 띠고 있고, 그 주변 풍광이 시원하다. 언덕 위에는 전망카페와 공연장, 소나무숲이 있고, 공연장에서는 매년 여름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보릿돌교 초입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해를 바라보는 낭만, 여기서는 비단 젊은 연인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20㎞ 정도 올라가면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이 나온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가는 길=구룡포읍에서 감포 가는 31번 국도를 따라 7㎞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왼쪽에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안내판이 보인다. 공영주차장이 넓어서 주차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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