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몬스터 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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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42면   |  수정 2017-09-15
하나 그리고 둘

아메리칸 메이드
하늘에서 세상을 가지고 놀다


20170915

여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살다 간’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 ‘배리 씰’(톰 크루즈)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정부와 거대 마약조직을 상대로 대범한 사기극을 벌인 사람으로, 누구보다 극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로 국내에서 약 4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더그 라이만’ 감독은 ‘아메리칸 메이드’에서 배리 씰의 실화를 당대의 정치, 사회사를 꿰뚫는 한 남자의 모험담으로 각색해 놓았다.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도다.


‘엣지 오브…’ 톰 크루즈-더그 라이만 감독의 신작
1980년대 美 뒤흔들었던 배리 씰의 삶을 스크린에
파일럿서 거대 마약조직 운반책까지 모험담 흥미



TWA 항공사의 1급 파일럿이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배리는 CIA로부터 중부 아메리카에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촬영해 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항공사를 떠나 미국의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리는 자신이 무릅써야 하는 위험에 비해 수입이 적다는 것을 통감하고 후에 세계 최대의 마약 조직이 된 멕시코 메데아 카르텔의 마약 운반책으로 활약한다.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마약 밀매를 하는 그의 대담한 비행(飛行 혹은 非行)은 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다. 이후 정부가 공산화된 니카라과의 자유주의 반군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라는 지령을 내리자 그는 곡절 끝에 그 무기를 마약조직에 공급하기 시작한다.

‘국가를 위해(For your country)’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냉전 시기의 보수적 분위기나 거시사와 미시사의 접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아메리칸 메이드’의 묘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배리가 CIA의 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되고, 마약 조직과 연계하면서 돈더미 위에 앉게 되는 과정에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작이 그랬듯 그가 주도적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 단계씩 더 치명적인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게 되는 경위도 기발하다. 골치 아픈 처남을 메데아 카르텔에서 처리해준다든가, 검찰에 기소되었을 때 백악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든가 하는 타이밍상 완벽한 행운(?)이 일어날 때마다 배리는 당황하는 한편, 그 상황에 완벽히 적응해 나간다. 사기꾼 배리의 통 큰 모험과 성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일탈의 쾌감과 연결되어 있다. 말하자면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절도의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을 보며 도둑들의 성공을 응원하는 심리와 유사하다. 그러나 마약단속반, FBI, 경찰이 총출동해 그를 잡으려 하는 장면 또한 아쉬울 것 없이 유쾌하다. 오히려 평범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밤 검찰의 거물급 타깃이 된 상황이 코믹하게 묘사되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한다.

유독 비행기 조종 신이 많은 이 영화에서 배리는 하늘을 회사 삼아 정부와 마약 조직을 관리하다 마지막 시퀀스에 와서야 날개 없는 탈 것을 운전한다. 자동차 시동을 켤 때마다 불안해하는 배리의 모습은 숲 속의 짧은 활주로에서도 멋지게 이륙을 성공시키던 파일럿의 기상과 대비된다. 예정된 수순이기에 주인공의 최후를 보여주는 권선징악적 결말도 씁쓸하지 않다. 그만큼 영화가 끝까지 깔끔해서 뒤끝 같은 것은 없다. 거대한 정치적 담론 안에서 인생의 향방이 바뀌는 한 개인의 모습을 무겁지 않게 묘사하면서도 둘 사이의 응집력을 유지한 연출 또한 노련하다. 더그 라이만 감독과 톰 크루즈의 호흡은 명품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엣지 오브 투모로우’보다 한층 더 정교하게 맞물린다. 마지막으로, 역사가 만든 영웅이자 사기꾼이었던 배리의 인생은 동시대의 대한민국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생각할수록 배리 씰은 영화에서만 보고 싶은 캐릭터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몬스터 콜
소년, 나무괴물에게 위로 받다


20170915

엄마(펠리시티 존스)와 둘이 사는 ‘코너’(루이스 맥더겔)는 외로움과 동급생의 학교 폭력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은 엄마의 중한 병이다. 어느 날, 코너의 상상 속에서 집 근처에 있는 주목(朱木)이 ‘몬스터’(목소리 리암 니슨)가 되어 찾아오고, 코너는 그가 들려주는 세 개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과 인간에 대해 좀 더 성숙한 시각을 갖기 시작한다. 가령 몬스터의 이야기 속에는 프로타고라스와 안타고라스의 구분이 명확지 않고 선과 악의 중간쯤 서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완벽한 해피엔딩도 없고 교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몬스터는 이야기를 통해 코너가 세상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고, 그의 파괴적인 본성도 이끌어내며, 속에 있는 비밀스러운 생각까지도 끄집어내어 고백하게 한다. 코너는 상상 속 몬스터와의 만남을 통해 엄마와의 이별을 조금씩 준비해나간다.


죽음 앞둔 엄마와 사는 소년의 성장을 그린 판타지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리암 니슨 목소리 출연 눈길
어른들에 더 많은 성찰의 지점 열어주는 힐링 영화



‘몬스터 콜’(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은 신비롭고 환상적일 뿐 아니라 속 깊은 감동과 짙은 여운이 있는 작품이다. 아이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어른들에게 더 많은 성찰의 지점을 열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코너의 복잡한 심경이 흰 스크린을 정직하게 채워나가는 동안 관객들은 보편적인 슬픔뿐 아니라 아동이기에 갖게 될 깊은 트라우마와 특수한 감정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코너를 둘러싼 아빠(토비 켐벨), 할머니(시고니 위버) 등 가족들 간의 관계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영화 초반부터 극명한 성격차이로 갈등을 빚었던 할머니와는 점차 가까워지게 되는데, 두 사람이 임종을 앞둔 엄마를 만나러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가족이라는 유대로 인해 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갈 준비를 한다.

마지막 병원 신에서 최대한 대사를 절제한 채 떠나는 사람과 남겨질 사람들의 모습을 차분한 이미지로만 남긴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이제 한 층 성장한 코너에게 그렇게 좋지만도,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은 중간쯤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하는 어조가 현실적이어서 고마운 작품이다. (장르: 판타지,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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