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지방분권이 정의다’] <10·끝>재정분권도 새 밑그림 그리자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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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  발행일 2017-09-18 제3면   |  수정 2017-09-18
지자체 수직적 재정 불균형 심각…대구 중앙 의존 재원 비중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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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북대에서 ‘지방분권 개헌 실천 대구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헌법 제1조에 천명하고 자치입법권과 조직권, 재정권 헌법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분권 개헌 촉구 대구범시민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재정분권은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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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이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세입 및 세출 등에 관한 재정적 권한과 기능을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적인 한 요소가 바로 재정분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분권화 수준만큼이나 재정분권화 수준도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재정분권 현실과 재정분권 강화 방안, 개헌 관련 쟁점 등에 알아본다.

자체세입도 OECD 평균 이하
연방제 국가보다 크게 뒤처져

새 헌법에 재정조정제도 신설
지방정부간의 재정 격차 줄여
獨·佛 등 헌법에 명시해 운영



◆낮은 재정분권 수준과 ‘2할 자치’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대 2 수준으로 격차가 상당하다. 의존재원 비중도 높아 대구의 경우만 해도 올해 의존재원 비중이 53%에 이른다.

이런 지방재정 구조에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지자체가 각자의 사업을 펼치기에도 힘들다는 게 상당수 학자의 견해다.

세입분권 지수는 지방분권이 잘 돼 있는 나라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세입분권은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의 세입에서 지방정부 자체세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재정분권 수준의 평가와 정책적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세입분권 지수는 0.170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세입분권 지수(0.193)보다 낮았다. 반면 캐나다(0.525), 스위스(0.479), 미국(0.419) 등 지방분권이 잘 돼 있는 연방제 국가들의 세입분권은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세출분권 지수는 0.429로, 세입분권 지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수직적 재정불균형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체세입 비중은 어떨까. OECD 국가의 평균 자체세입 비중은 0.546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아이슬란드의 자체세입 비중은 0.8을 넘었고,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캐나다 등 연방제 국가나 지방분권이 잘 된 국가의 자체세입 비중도 0.7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자체세입 비중은 0.410으로, OECD 평균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2006년 0.502이던 자체세입 비중은 10년 만에 0.410으로 감소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이후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지방재정 확충 노력이 있어왔지만, 자체세입 비중은 더 감소된 것이다.

자연스레 재정자립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52.5%에 불과하다. 참여정부이던 2005년 이후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줄어 지난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10년 전에 비해 3.7%포인트 감소했다.

◆재정분권 강화 시급

지난달 17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지방분권 관련 개헌 합의안’을 국회에 공식 보고했다. 이 중 재정분권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새 헌법에 지방정부의 자주재정 원칙과 기준, 책임 그리고 재정력이 약한 지방정부를 연대의 정신으로 지원하는 ‘재정조정제도’를 담도록 했다.

신설되는 제119조 1항에 ‘지방정부는 자기책임하에 고유사무를 수행하고, 그 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제2항에는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위임하는 정부에서 부담한다’고 명시, 위임사무 수행비용의 부담 주체를 규정했다.

제3항은 지방정부가 자치사무를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배분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을 확대하자는 의미다.

제4항에는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규정했다. ‘지방세의 종류와 세율과 세목 및 징수방법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통해 지방정부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지방정부가 자기사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가급적 이전 재원이 아니라 자주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방정부의 과세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을 두고, 자칫 지역 간 재정격차가 심화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제5항에는 ‘재정조정제도’를 규정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연대의 원칙에 따라 적정한 재정조정이 이뤄지도록 법률이 정한다’고 규정해 지방정부 간 재정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재정조정제도의 경우 잘사는 지역이 그렇지 못한 지역을 도와주는 제도로, 독일과 프랑스 등 재정분권이 잘 돼 있는 나라에서 익히 헌법에 명시해 운영하고 있다.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 쟁점

재정분권 논의 과정에서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법률의 근거 없이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지방세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조례로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지방세 조례주의로, 그 도입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여론이 맞서고 있다.

최근 ‘국회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쟁점이었다. 지난달 31일 광주에서 열린 두 번째 국민대토론회에서 김재철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분권을 강화해야 하지만, 지역마다 발전 정도가 다른 상태에서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방세 조례주의는 조세법률주의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하는 쪽에선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구현하고 자치재정권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과세 자치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를 위해 지방세 조례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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