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원수와 사이좋게 말하는 방법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9-18 07:47  |  수정 2017-09-18 07:47  |  발행일 2017-09-18 제15면
[행복한 교육] 원수와 사이좋게 말하는 방법

아이든 어른이든 다툴 때 보면 화법이 유사하다. 다투는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할 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래 놓고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효과적인 설득 기술이 있다.

오시마 도모히데가 쓴 ‘논리적으로 말하는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PREP(프렙) 기법이 나온다. 프렙 기법은 간단하다. 주장-이유-사례-강조 순으로 말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하루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내 짝 너무 싫어.” 엄마는 깜짝 놀라며 묻는다. “왜?” “내 짝이 나를 계속 괴롭혀.” 이쯤 되면 엄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 정도 말을 듣고 무조건 아이 편을 들기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앞뒤 정황을 좀 더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묻는다. “어떤 식으로 괴롭혀?” “저번 월요일에 막 뛰어오다가 나한테 물을 팍 엎질렀어.” 엄마의 반응이 약간 미지근하다. “뛰어오다가 쏟은 거야?” 아이는 자신의 말이 제대로 안 먹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다시 말한다. “화요일에는 내 볼펜을 허락도 없이 막 가져가서 썼어. 내가 아끼는 건데. 그리고 오늘은 일부러 자기 쓰레기를 내 책상 밑으로 밀어 넣었어. 그래서 나만 선생님한테 혼났어.” 이쯤 되면 엄마는 아이를 안아준다. 엄마의 표정을 확인한 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이 상황을 프렙 단계로 구분해 보자. ‘짝이 싫어’는 주장(Point)이다. 주장에는 항상 타당한 근거, 즉 이유(Reason)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짝이 싫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나를 괴롭혀서’다. 이 ‘괴롭힌다’는 말은 추상적이라 정확히 뭘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는 볼펜과 쓰레기를 말했고, 이 말 덕분에 엄마는 그때 그 장소에 있는 아이의 처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례(Example)는 동일시와 공감을 토대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강조(Point)는 주장을 살짝 변형하여 요약 마무리하면 된다.

이 중 사례의 구체성이 설득 화법에 제일 중요하다. 이 구체성을 살려야 하는 대표적인 쓰기가 자기소개서다. 학생들이 가져오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주장과 근거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제법 많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책임감과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습 능력, 책임감, 리더십 같은 말은 모두 추상적인 단어로,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이 나오지 않으며 그냥 좋은 말 대잔치일 뿐이다. 그래서 사례를 들어야 하고 사례는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고등학생 때’가 아니라 ‘고1 여름’이어야 하고, ‘정말 힘들게 일했다’가 아니라 ‘하루 8시간 쉬지 않고 일했다’여야 하고, ‘성적이 많이 올랐다’가 아니라 ‘1학기 때 6등급이 2학기 때 3등급으로 올랐다’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육하원칙에 따라 수치와 이미지로 보여줄 때 구체성이 살아난다.

대부분의 대화는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그것을 쉽게 구조화한 것이 프렙 기법이다. 누군가가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이 방법대로 말해보길 바란다. 그 즉시적 효과에 놀랄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